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미래학자 후안 엔리케스는 그의 저서 《무엇이 옳은가》에서 현대인들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규정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인해 지금의 윤리적 기준이 손쉽게 뒤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물을 죽이는 것은 잔인한 것이고 대체육 섭취를 당연하게 여기는 미래 세대에게 오늘날의 육식 습관은 야만과 무지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미래세대가 볼 때 현대인은 가해자가 된다. 반대로 당신은 지금의 복잡한 윤리적 문제 때문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자녀 세대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사고할 수 있다.
저자는 ‘오늘의 옳음’이 ‘내일이 와도 여전히 옳을 것’이란 우리의 확신을 무너뜨린다.
윤리는 기술과 공생하며 진화한다. 예컨대 임신과 출산은 과거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과학기술이 개입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각종 피임 및 의료 기술의 발달로 자연의 순리였던 여성의 임신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세계적으로 임신 중지권, 정자은행을 통한 비혼모의 임신 선택권 관련 법률 도입도 검토되는 추세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윤리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의심하는 능력, 즉 성찰의 힘을 강조한다. 이제 정치적 올바름과 그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한 개인의 경쟁력이 된 시대다.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가난과 계급 등 사회·정치·경제적 문제가 복잡하고 치열해질수록 이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힘이 필수적이다. 물론 ‘절대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대신 이런 문제들이 던지는 ‘열린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면, 옳고 그름 사이에서 자신만의 지적 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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