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러큐스의 추억

입력 2022-04-29 17:21   수정 2022-04-30 00:02

시러큐스(Syracuse)는 미국 뉴욕주 한가운데 있는 인구 15만 명의 작은 도시다. 제조업이 번성할 때는 에어컨으로 잘 알려진 캐리어(Carrier)의 본사와 GE 공장 등이 있었으나 이제는 도시의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 시러큐스대학이다. 시러큐스대는 1870년 유대인이 중심이 돼 설립한 사립학교로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행정학과가 특히 유명해서 한국 공무원들이 많이 찾곤 했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부총리, 장관, 경제수석을 많이 배출했고 지금도 도지사, 국회의원 등에는 행정학과 출신이 많다.

시러큐스는 오대호 중의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의 영향으로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하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눈이 와서 거의 6개월 동안 눈으로 덮여 있는 ‘겨울 왕국’이다. 연평균 적설량이 약 3m에 이르고 자동차 지붕이 눈에 덮여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중국 사람들은 시러큐스를 ‘눈의 성(雪城)’이라고 부른다. 겨울에 눈이 쌓이면 기숙사 주변의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으로 온 동네가 떠나갈 듯했다.

시러큐스대는 전통적으로 농구와 미식축구의 강호다. 특히 농구가 유명해서 2003년에는 미국대학농구선수권대회(NCAA)에서 우승을 차지해 동문을 열광시켰다. 가을이 오면 학교는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다. 학교의 주 진입로 양쪽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노란 비가 내리면 학교의 상징인 주황색과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68년 시러큐스 로스쿨을 졸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Beau) 바이든도 1994년 시러큐스 로스쿨을 졸업하고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다. 이후 델라웨어주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상원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중 아깝게도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당시 필자와는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는데 보 바이든이 만약 상원의원이 됐더라면 한국과 미국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과 부통령 시절 학교 졸업식에서 여러 번 축사했고 작년에는 대통령으로서 화상으로 축사를 했다.

필자는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재직 시절 미국통상과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상대로 통상 협상을 맡고 있었다. 당시는 미국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88종합무역법’을 만들어 한국, 일본, 대만 3국에 대한 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시절이었다. 미국 무역대표부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통상 협상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필자가 로스쿨 졸업 후 귀국해 시러큐스 로스쿨 한국 동문회장과 시러큐스대의 한국 총동문회 회장을 지내면서 동문회 발전을 지켜보는 것은 큰 보람이었고 영광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국 방문이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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