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지역공약을 살펴보면서 무안국제공항이 떠올랐다. 23년 전과 마찬가지로 ‘공항을 지어준다’는 공약들이 무더기로 담겼기 때문이다. 특위가 공약으로 발표한 사업만 무려 255개다. 이 중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등 공항 신설·확장 사업은 6개다. 명분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이다.
새 공항을 짓는 장소를 보면 무안국제공항 ‘판박이’다. 전북 공약으로 약속한 새만금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무안공항이 있다. 주변엔 군산공항, 광주공항도 있다. 두 공항은 2014년부터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만큼 이용객이 적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을 짓는 대구와 경북 지역엔 이미 대구공항과 포항공항이 있다. 포항공항도 7년째 적자다.
2019년 기준 국내 지방 공항 14곳 중 10곳이 적자다. 1100억원을 투입해 세운 울진공항은 취항할 항공사조차 찾지 못해 비행교육장으로 쓰고 있다. “수요도 없는데 6·1 지방선거 때문에 공항을 또 짓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항 신설뿐만 아니다. 255개 지역공약 중 상당수가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조기 착공, 제2공항철도 건설, 경인선 지하화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인천·경기에서는 GTX-A·B·C 총 3개 노선이 추진되고 있는데 GTX 노선 신설 사업이 또 공약에 담겼다. 기존 3개 노선에 책정된 예산만 13조원이다. GTX 신규 노선 신설에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위는 이날 255개 공약에 국가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밝히지 않았다.
지방도시 소멸은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 기반산업 붕괴 등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다. 공항이 지어진 무안이나 군산 등 지방 도시들은 여전히 경기 침체를 고민하고 있다. 표심에 눈먼 선심성 공약이 재정건전성만 해치는 것은 아닌지 인수위가 세심하게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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