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꿈이었던 12세 소년이 장기 기증으로 환자 또래 친구 다섯 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고(故) 김상현(12)군이 지난 23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장기를 기증하고 숨졌다고 29일 밝혔다.
상현군은 지난 6일 새벽 극심한 두통으로 아파하다 의식을 잃고 쓰려져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상현군은 원인불명 뇌출혈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상현군의 부모는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도 "살려만 달라. 다시 눈을 뜰 것이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빠지는 상현군을 보며 '착한 아이였으니 좋은 일 하면서 보내주자'라는 마음에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상현군은 5명의 또래에게 심장, 좌 우 신장, 간장, 양측 폐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상현군은 여느 친구들과 같이 동네를 누비는 것을 좋아하는 꿈 많은 어린 친구였다. 상현군은 2009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2남 중 첫째로 태어났고, 조용하고 진중한 성격으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다.
특히 상현군은 엄마에게 살가운 아들이었다. 가끔 엄마가 몸이 아프다고 하면 "엄마 아프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상현군의 아버지는 "장기를 기증받은 친구들이 행복해했으면 좋겠고, 성인이 돼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건강히 살았으면 좋겠다"며 "상현아, 엄마, 아빠, 동생 모두 상현이가 건강히 잘 지내길 바랄게. 이 순간에도 잊지 못할거고, 평생 너와 함께 할테니 하늘에서도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사랑한다"고 말했다.
상현군의 초등학교 4학년 동생은 "형, 잘가! 좋은 곳으로 가!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경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는 "어리고 착한 아이가 떠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기증 동의해주신 보호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처음 만나 뵙고 기증에 대해 안내 드릴 때는 우시기만 하셨는데, 아들이 다른 이의 몸속에서라도 다시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과 상현군의 마지막 모습이 좋은 일을 하고 가길 바라셨다"며 상현군과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