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공동 금융자산 1억원이 넘는다면? [더 머니이스트-하박사의 쉬운 펀드]

입력 2022-05-05 08:00   수정 2022-05-09 11:11


얼마 전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선배와 배우자가 금융자산 운용방법에 대해 상담을 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30년 넘게 열심히 회사일만 하다가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데, 부부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하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70~80대 고객들이 몸이 불편한 배우자를 부축하며 두 사람의 통장을 들고 노후자금 운용 상담을 위해 방문합니다. 50~60대 고객들은 조금 건강한 모습으로, 방문할 때 서로의 의견을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70대 이상 고령의 경우에는 운용하고자 하는 금융자산도 줄어들게 되고 선택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폭도 줄어듭니다.

반면 50~60대는 그동안 모으고 관리한 여러 자산에 대해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큰 시기입니다. 따라서 단독으로 금융자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부부가 공동으로 알아보고 결정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40대 이하의 경우는 부부가 같이 방문하는 경우보다, 배우자 혼자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일을 하는 배우자를 대신해서 방문하거나, 맞벌이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시간여유가 있는 배우자가 부부의 금융자산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반적으로 연령대에 상관 없이 큰 목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즉 아파트나 상가를 구입할 때에는 부부간에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현장에 발품을 팔아서 여러 번 방문하고 전문가의 의견도 구하는 등 신중하게 상황을 검토한 뒤 결정을 내립니다. 부부 가운데 일방의 의견에 전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부부가 노력해 모은 일정금액 이상의 금융자산(보통의 경우, 1억원 이상의 현금)을 운용하고 결정할 때에는 부동산 거래처럼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관리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시간여유가 많은 상대방에게 맡기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필자는 1억원 이상의 부부의 공동 금융자산은 부부가 같이 관심을 가지고 운용의 결정, 과정과 흐름을 같이 공유할 것을 권합니다. (공부, 운동, 취미생활 등 개인이 별도로 사용하기 위한 자금운용은 별도입니다.) 부부 중 한쪽이 금융투자 경험이 축적돼 있고, 금융지식도 많은 경우 금융자산의 운용결정을 주도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다른 쪽 배우자도 부부 공동의 금융자산이 어떤 상품으로 투자되고 있고 현재의 수익률과 현황은 어떻게 되고 있으며 자금이 필요할 때 어느 정도의 비율로 자금을 찾을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간혹 불의의 사고로 배우자를 잃고 은행을 방문해 배우자의 금융자산을 조회하고 상속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황망한 상황을 경험하는 데다, 본인의 예상과는 다르게 금융자산이 운용되고 있거나 예상한 금액이 금융기관에 없는 경우도 있어 당황해 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 현황은 구입할 때와 매각할 때에도 대부분 협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기존에 알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필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관리하고 매매를 결정하는 데 관심도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을 오랜 기간 투자상담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부동산은 언제, 어느 지역에 어떻게 투자하느냐(대출 활용 등)에 따라 성패가 달라집니다. 금융자산도 언제, 어떤 상품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투자하느냐에 따라 고수익이 될 수도,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이 손실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은 내가 원하는 시기에 매매하기가 쉽지 않은 특성으로 유동성이 떨어지고 가계에서 가장 큰 목돈이 투자되는 자산입니다. 대출 등 레버리지를 상당부분 사용하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자산이어서 부부 입장에서는 더 열심히 알아보고 의사결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금융상품도 파생상품 등 고난도 위험의 상품을 선택하거나 만기전에 해지가 되지 않는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에는 필요할 때 자금을 활용할 수 없는 등 제약사항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주식투자의 경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나와 배우자 공동의 자금계획에 맞는 적절한 상품 포트폴리오의 비중내로 운용돼야 합니다.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정기예금만으로 운용하면 배우자도 크게 문제삼지 않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연 2% 안팎의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이 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입니다. 투자상품 비중을 적정하게 유지하면 위험은 통제하면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생각하는 금융자산의 예상수익률도 의견을 물어서 같이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자금필요 계획과 배우자가 생각하는 자금의 소요예상 일정이 항상 일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배우자간 서로 금융상품의 정보공유가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부부 공동의 금융자산은 운용 규모, 운용 상품, 상품 만기 등 전체적인 상황을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새로운 상품의 신규시에는 서로의 의견을 감안해 결정합니다. 때때로 불가피하게 단독으로 상품을 결정하더라도 빠른 시간내에 상황을 배우자에게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부간 금융자산의 운용에 이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부가 금융기관의 자산관리팀장과 주기적인 상담을 통해 객관적인 의견을 청취하고 의사결정하면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혼 28년차인 필자의 사례입니다. 금융전문가인 필자와 달리, 필자의 배우자는 미술을 전공한 예술방면 전문가입니다. 자산의 운용은 매우 보수적입니다. 집을 사거나 상가를 매입하려고 하면 각종 자료와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 시간을 들여서 의견을 교환하고, 진중하게 설득을 합니다. 여러 번의 검토를 거쳐서 매입한 부동산은 이후에도 서로에게 큰 불만이 없습니다.

금융자산 운용도 필자의 배우자는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정기예금을 제일 좋아합니다. 한 달에 한번 30만~50만원정도의 적립식 펀드를 권유하려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상품의 주요 전략, 시장전망도 같이 곁들여야 겨우 허락을 받아 상품을 신규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필자가 퇴직을 해서 퇴직금 등 목돈을 받게 되면, 금융자산의 운용에 대해 서로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지고 서로간의 합의에 의해 운용자산이 결정될 것입니다.

부부의 공동 금융자산을 관리할 때에도 부동산 거래처럼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결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가 보지 못한 상품의 장단점, 가족의 자금계획 등을 부부가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해 나간다면 합리적인 금융자산 관리, 그리고 인생 후반전을 좋은 조건으로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신한은행 산본지점 WM 프리미어 팀장, 경영학 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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