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색깔·무늬만 달라져도 다시 인증…"KC인증 부담 커"

입력 2022-05-01 11:58   수정 2022-05-01 13:25


우리나라에서 인형 하나를 만들려면 레이스 면 등 인형 재질별로 정부 유관 기관으로부터 국가통합(KC)인증 검사를 받아야한다. 특히 그 색깔과 무늬만 달라져도 다시 검사를 받아야한다. 인형 하나 만들때 인증비용만 150만원이 넘는 이유다. 이를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유럽은 다르다. 유럽 CE인증의 경우 정부가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고 업체가 스스로 검사해서 인증하면 된다. 그렇다고 소비자 입장에서 유럽에서 만든 인형이 국산 인형보다 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인형을 만드는 완구업체 입장에서 초기 인증비용은 KC인증이 저렴하지만 제품 개발이 많아질수록 유럽보다 더 비싸진다. “인증 비용으로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중소기업 경영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완구 및 학용품업계 4곳 중 3곳은 정부의 KC인증제도가 부담이 크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증을 취득하는 데 평균 2.7개월이 걸리고 연간 18개 품목을 인증하며 연간 1546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완구 및 학용품업계 205곳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76.1%는 KC인증제도 전반에 대해 부담되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평균 KC인증 품목수는 18개로, 연매출 10억원 이상의 경우 46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검사비용은 평균 1546만원으로 종업원수 30~99인 중소기업의 경우 4200만~43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7%으로 '5%이상'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22.1%에 달했다.

완구와 문구업계는 최근 강화된 규제로 중금속 7종 항목에 대한 검사가 추가돼 인증부담이 가중됐다. 응답기업의 절반가량(49.3%)은 추가 검사를 시행해야하며 평균 추가비용은 685만원, 추가 소요기간은 2.2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KC인증제도에 대한 중소기업계 애로사항(중복 응답)으로는 ‘KC인증 취득비용 부담’을 꼽은 기업이 8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일모델 내 종류별·재질별 인증부담’(56.6%), ‘5년이라는 짧은 유효기간’(52.7%),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검사항목 추가 부담’(44.4%) 순으로 조사됐다. 제도개선 방안(중복 응답)으로 ‘인증취득비용 감면’이 7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단순 기간만료로 재인증시 인증부담완화(기본모델만 인증, 파생모델은 인증 면제)'가 58.5%를 차지했다. 보통 5년마다 인증기간 만료가 도래하는 데 초기 개발 모델(기본모델)과 여기에 색깔이나 재질 등을 일부 수정한 파생모델에 모두 인증 의무를 부과하지 말고 기본 모델에만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유효기간 연장 또는 폐지’(57.1%), ‘추가검사항목 비용 한시적 지원’(28.8%)의 의견도 제시됐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대부분 영세한 완구와 학용품업계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이기 때문에 제품재질별, 종류별 인증을 받느라 인증절차나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인증비용을 감면하고 유효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업계의 부담을 확실하게 낮춰주는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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