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은 지난해 12월 나스닥시장 상장 이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 회사 주가는 2.71달러를 기록해 상장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장 첫날 주가(13.06달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실적도 좋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이 회사 매출은 1억2200만달러로 전년 동기(2억1900만달러) 대비 44%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차량호출, 배달 등의 사업에 타격을 입은 탓이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호출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우버에 없던 현금 결제 기능을 도입하면서 싱가포르, 마닐라 등으로 빠르게 무대를 넓혔다. 현재 이 회사가 차량호출 서비스를 공급하는 동남아시아 도시만 400여 곳에 달한다.
하지만 그랩의 무리한 사업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고객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73% 늘렸다. 그사이 순손실은 10억5500만달러로 전년 동기(5억7600만달러)의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 증시에 상장한 고투도 비슷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투는 ‘고젝’이란 이름으로 2010년 차량호출 서비스를 시작해 음식 배달, 생활용품 및 의약품 배송, 금융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9년 인도네시아 기업 최초로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기술주 하락 추세에 영향을 받으며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달 28일 고투 주가는 상장 첫날(382루피아) 대비 29% 하락한 272루피아에 장을 마쳤다. 상장 후 최저 가격이다.
중국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달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를 위한 주주총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6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뒤 한 달도 안 돼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안보를 위해 해외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게 조사 명분이었다. 중국 정부의 압박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디디추싱은 나스닥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