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려는 곳이 어디든,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후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여행 슈퍼앱’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연내 영국에서 차량호출은 물론 렌터카 대여와 항공권 예약을 아우른 통합 서비스를 내놓는다. 창업주 사퇴 후 위기에 빠진 회사에 그가 구원투수로 들어온 지 5년 만의 변화다.
코스로샤히는 1969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이란 재벌회사 알부즈인베스트먼트의 오너 가문에서 태어나 출신은 남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1978년 프랑스로 떠난 가족 여행이 문제가 됐다. 휴가를 떠난 사이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가산이 국유화되는 등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민에 그의 가족은 부유층의 삶을 잊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아버지는 그가 열세 살 때 할아버지를 돌보러 이란에 갔다가 6년간 구금됐다. 코스로샤히는 “돈이 부족해서 15센트짜리 커피 한 잔도 살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미국에 먼저 정착한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그는 1991년 미국 브라운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투자은행인 앨런앤드컴퍼니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귀인을 만났다. 당시 홈쇼핑 업체 QVC의 파라마운트커뮤니케이션 인수 작업을 자문하던 중 QVC를 이끌던 배리 딜러 인터액티브코퍼레이션(IAC) 회장의 눈에 든 것이다. 인수는 미완에 그쳤지만 딜러 회장은 코스로샤히를 IAC에 영입했다. 그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내 벤처인 익스피디아 인수를 주도한 코스로샤히는 2005년 IAC에서 익스피디아가 분사하면서 그곳의 CEO 자리를 맡았다.
코스로샤히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회사 몸집을 키웠다. 할인여행 사이트 핫와이어, 여행 리뷰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 가격비교 사이트 트리바고, 온라인 여행사 트래블로시티, 주택임대 업체 홈어웨이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2002년 21억달러였던 익스피디아 매출은 2016년 87억달러를 기록하며 4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5년 그는 회사에서 9460만달러(약 1210억원)를 수령하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CEO가 되기도 했다.
우버가 새 CEO를 찾을 때만 해도 칼라닉이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한 코스로샤히는 이사진에 제3의 선택지 정도에 불과했다. 제프 이멜트 전 제너럴일렉트릭(GE) CEO와 멕 휘트먼 전 휴렛팩커드(HP) CEO가 먼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사회는 “36개월 안에 IPO를 하겠다”고 단언한 코스로샤히를 선택했다. 일각에선 그가 딜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듯 우버에서도 뒷선으로 물러난 칼라닉의 그림자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코스로샤히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해 2018년 차량임대 사업부문을 페어닷컴에 매각한 데 이어 2020년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을 오로라에 팔았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정책 관련 부서를 통합하고 마케팅 인력의 3분의 1을 감축했다. 2019년 5월엔 우버를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CEO 선임 21개월 만에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켰다.
4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우버는 지난 3월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전망치를 1억~1억3000만달러에서 최대 1억5000만달러로 높여 잡았다. 코스로샤히는 “오미크론 유행 여파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지난 2월 공항 예약이 전월 대비 50% 상승했다”며 “전체 예약 건수가 2019년 동기 대비 95% 수준을 회복했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