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정의 심리처방]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입력 2022-05-01 17:06   수정 2022-05-02 00:04

정신과 진료실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대부분일 것이다. “선생님, 이 직장, 그 사람 때문에 도저히 못 다니겠어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늘 바람 잘 날이 없다. 관계가 가까울수록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하는 식으로 예민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식의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가해자들이 바글거리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그 상사(또는 부하)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데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것이다. 그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도 똑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직장을 그만두는 대신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지 않고 단단한 마음력을 가질 수 있을지 도움을 청하러 온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잘 받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감정적으로 갑을관계에서 을을 자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내가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과 잘 지내려고 하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잘 보이려고 하는 순간 그 사람과의 관계가 수직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의 패턴이 반복된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지금 내가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인가? 먼저, 잘 지내고 싶다면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2단계로는 상대방에게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선 단호하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선이 있어야 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더라도 이 부분은 꼭 지켜야만 하는데 이런 단호함 없이 참고 넘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고 오히려 무례하게 보인다. 3단계로는 객관적으로 그런 인연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관계를 멀리하거나 손절할 수 있다. 차단할 수 없는 관계라면 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내 시간적 여유와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해 두는 단계다.

예민한 사람들은 특히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예민함의 스위치를 조절할 수만 있다면 예민함은 능력이 된다. 나만의 예민함의 스위치를 끄고 싶다면 ‘이거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극단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흑백논리, 즉 ‘all or nothing’에 가까운 편협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쉽게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거나,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이 강한 부류인데, 생각의 전환을 이렇게 해보자. ‘그래! 사람이 다 그렇지. 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사람이 다 나와 같을 수는 없다. 유연한 사고를 통해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는 법을 배워보자.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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