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규제지역 내 9억원짜리 아파트를 연 4.17% 금리의 주담대를 받아 구입하려고 할 경우 만기를 30년으로 하면 대출가능 금액이 3억4200만원(DSR 39.99%)이다. 하지만 40년 만기로 빌리면 담보인정비율(LTV) 최대치인 3억6000만원(DSR 37.03%)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LTV 70%’가 현실화하면 대출 가능 금액 차이는 더 커진다. LTV가 70%로 완화돼도 만기가 30년이면 DSR 40% 규제에 묶여 주담대 한도는 3억4200만원에서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40년 만기 주담대를 선택하면 3억8800만원까지 빌릴 수 있게 된다. 신용대출 만기를 5년에서 10년으로 늘릴 때도 이와 비슷한 한도 증액 효과를 볼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은행은 2일부터 ‘KB직장인든든 신용대출’과 ‘KB스타클럽 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지난달 5일 일시적으로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5%포인트, 0.55%포인트 인하하기로 한 조치도 이달 말까지 연장 적용한다. 당초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는 1일 원상 회복될 예정이었다. 국민은행을 필두로 이자 부담을 줄여 대출 고객을 끌어오려는 경쟁이 은행권에서 확산할 조짐이다.
신용대출 잔액 감소세가 가팔랐다. ‘영끌(영혼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가 몰렸던 작년 11월 141조원을 웃돌았으나 이후 매달 줄어들어 지난달 132조원대에 그쳤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움직임 이후 채권시장의 ‘금리 발작’ 등 여파로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작년 12월 연 4.72%에서 지난달 연 5.19%로 0.47%포인트 뛰었고,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 잔액은 올 들어 506조원대에서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은행들이) 정권 교체를 핑계로 슬금슬금 대출량을 늘리고 있다”며 “이런 점들에 대해 명확한 정책적 사인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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