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번째 공판이다. 2020년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이 지난 30년 동안 자신을 이용해 받은 후원금을 유용했다”고 폭로하며 이 사건이 불거졌으나, 1년 이상이 지나서 공소가 제기됐고 재판도 지지부진하다.
윤 의원 측은 이날도 기회만 나면 ‘악의를 갖고’ ‘감정에 치우쳐’ 등의 표현으로 검찰을 공격하며 재판 진행을 어렵게 했다. 법리와 팩트에 기반한 반박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책상 위 서류에 바짝 붙어 앉은 공판검사와 달리 윤 의원은 의자에 등을 기대 이따금 딴 곳을 응시했다. 1시간 반의 공판 후 휴정 시간엔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안색이 좋아졌어요” “더 예뻐졌네” 등의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힘들지 않냐는 지지자들의 걱정에 윤 의원은 “네, 저는 괜찮습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지지자들은 약자를 위해 힘써온 시민단체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검찰과 맞서 싸우는 ‘투사’ 윤 의원을 위로하는 분위기였다. 법리로 싸워야 할 법정을 거리 유세장처럼 ‘감성’으로 지배할 만한 곳으로 여기는 건 아닌가 싶었다. 앞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석기 전 의원, 한명숙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억울함을 호소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윤 의원은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및 준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배임·횡령 등 여덟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의 유무죄는 재판이 끝나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정의연이 자선단체가 아니라 시민단체여서 기부금을 ‘임의로’ 써도 된다는 변호인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모금한 돈을 고깃집이나 과자가게, 마사지숍에서 쓴 ‘팩트’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남는다.
이날 재판은 촛불을 등에 업고도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끝내는 ‘검수완박’에 운명을 건 더불어민주당 586운동권을 떠올리게 했다. 더 일찍 검찰의 손을 묶었다면 검찰 대신 수사를 맡은 경찰이 자신들의 불법을 눈감아줬을 것으로 믿었을까. 법은 ‘필요하면 만들면 되는’ 선택적 도구쯤으로 본 건 아닐까. 586운동권과 정의연의 현실 인식은 시민들의 상식에서 너무도 먼 곳으로 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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