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가 팜유에 이어 팜유 원유까지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제 가격이 폭등했다. 세계 1위 팜유 수출국의 식량 보호주의 여파로 대체재인 대두유 값까지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가정용은 물론 과자·라면·빵 제조에 다양하게 쓰이는 국내 식용유 가격에 심각한 불안 요인이 더해진 것이다. 유럽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수출 금지로 밀·옥수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때 인도의 금수(禁輸)로 면화시장에도 적잖은 불안감이 조성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 달 새 식량 수출 통제에 나선 나라는 35개국에 달한다. 비료시장도 영향을 받아 요소화합물처럼 1년 전보다 가격이 4배로 뛴 품목도 있다.
지금의 에너지·식량 동시 위기는 확실히 비이성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각국의 자국 보호 정책은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해 모두의 손해로 이어지는 만큼 지양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기약도 없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국제기구의 정상화 촉구 선언이나 기대하며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에너지 안보’ ‘식량 무기화’ 같은 말이 지금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었다.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여야 하고, 농축산어업의 첨단 산업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대기업은 농지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하면서 기업농까지 법으로 가로막는 퇴행적 농정(農政)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앞선 정보기술(IT)이 식량산업에 적극 적용되도록 길도 터야 한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은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앞의 물가지표를 의식한 무리한 가격 개입보다 필요한 물량을 잘 확보해 나가는 게 물가안정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식량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에 외교·통상 역량을 총동원하고, 성과도 내야 한다. 돈 주고도 필요 물량을 못 사는 상황이 빚어지면 기업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 LNG 수입 물량의 3분의 1을 대는 카타르발(發) 중동 정정 불안 때의 물량 위기감을 잊어선 안 된다. 에너지 대란은 탈원전 탓이라도 하겠지만, 식량 위기는 어디 탓할 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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