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북쪽의 치리하마(千里浜) 나기사 드라이브웨이. 차문을 열자 금새라도 파도가 실내로 뛰어들 것처럼 바다가 가깝다.
이 곳에서 자동차를 백사장으로 몰고 들어오는 것은 기행이나 일탈이 아니다. 동해를 향해 펼쳐친 8㎞ 백사장을 승용차는 물론 대형 관광버스도 달린다.
악천후로 도로가 폐쇄되는 날을 제외하면 연중 24시간 무료로 수평선을 마주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피서객이 몰리는 여름이면 도로교통법상 공공도로로 인정받아 속도제한과 주차금지 등 도로표지판도 설치된다.
치리하마 나기사 드라이브웨이는 일본 유일의 해변 백사장 도로다. 뉴질랜드 최북단의 나인티마일비치 등 4륜구동(4WD) 차량으로 달릴 수 있는 백사장은 드물게 있다. 하지만 일반 승용차나 오토바이로도 달릴 수 있는 백사장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이시카와현은 소개했다.
이 지역 백사장의 모래 밀도가 일반 백사장의 절반 정도로 촘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운 모래가 단단히 굳어져 있어 대형 버스와 트럭이 달려도 빠지지 않는다.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에서도 가장 북쪽인 쓰가루 반도의 닷피자키(龍飛崎)에는 계단 국도가 있다. 차와 오토바이는 달리지 못하고 오직 보행자만 걸어 오르내릴 수 있지만 '국도 339호선'으로 명명된 정식 도로다.
연장 388.2m의 도로가 362계단으로 구성된 국도는 일본에서 이 곳 뿐이다. 차가 달리지 못하는 도로가 어떻게 국도로 지정됐는 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아오모리현은 "도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 전체를 국도로 지정했지만 70m에 달하는 고저차와 민가 밀집 지역이라는 한계 때문에 계단 부분은 그대로 남게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바다 국도도 있다. 58번 국도는 규슈 가고시마에서 오키나와 나하를 잇는 총 연장 850㎞의 국도다. 하지만 규슈와 오키나와 사이의 섬인 다네가시마(種子島)와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 오키나와 본섬 북부에서 나하시까지를 잇는 '진짜' 도로를 제외하면 600㎞ 이상이 바다 위를 달리는 공상의 국도다.
해상국도가 '건설'된 때는 1972년, 오키나와의 영유권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면서다. 당시 도로교통법상 주요 국도는 현청 소재지를 연결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에서 가장 가까운 현청 소재지는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였다.
바다속을 달리는 고속도로도 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와 지바현 기사라즈시를 잇는
아쿠아라인 고속도로는 15.1㎞에 걸쳐 도쿄만을 가로지른다. 이 가운데 가와사키시에서 바다 한가운데 해상 휴게소인 우미호타루까지 9.8㎞는 바다속을 달리는 해저터널 구간이다. 가장 깊은 지점은 지상으로부터 60m까지 파고 들어갔다.
우미호타루에서 기사라즈까지 나머지 5.3㎞ 구간은 거대한 교량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버블(거품)경제 끝무렵인 1989년 5월 착공해 1997년 12월 개통됐다.
가나자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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