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비번이…" 호프집 중년 커플 '먹튀'에 경찰도 분노 [법알못]

입력 2022-05-02 10:04   수정 2022-05-02 16:44


서울 도봉구 한 호프집을 찾은 50대가량의 중년 손님이 계산을 하지 않고 이른바 '먹튀'해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은 호프집을 운영하는 A 씨가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직도 '먹튀'하는 인간들이 있다"고 폭로하며 알려졌다.

A 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7일 가게를 찾아 노가리 안주에 맥주를 시켜 마셨다.

직원들이 손님 응대에 바쁜 사이 이들은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듯 자리를 뜨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A 씨는 이들이 10분∼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CCTV를 돌려봤다.

술에 취해 화장실 갔다가 실수로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영상 속 커플의 행태는 기가 막혔다.

일어나기 2분 전 물을 마신 그들은 얼굴 맞대고 속삭였다. 이후 여성이 먼저 소지품 옷가지 등을 챙기고 일어났다. 그런 후 남성은 재킷을 입고 테이블 위에 본인 소지품이 남겨진 게 없는지 확인하고 나갔다. 생맥주 따르던 아르바이트생에 의하면 그 옆을 지나며 "화장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도착한 현장감식반은 맥주병에서 지문을 채취해 갔다.

A 씨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소상공인 힘든데 이러면 되겠냐"며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A 씨는 "코로나19 영업 제한으로 그간 대출받아 겨우겨우 버텨왔다"면서 "어떤 손님이 와도 웃는 모습으로 반겨주려 노력했는데 이후 손님들이 화장실 갈 때마다 힐끗힐끗 쳐다보게 되는 나 자신이 비참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불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은 얌체족, 과연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김가헌 변호사는 "자신의 수중에 돈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밥을 먹다가 도주했다면 경범죄 처벌법 제1조 제51호의 경범죄에 해당하므로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이다"라면서 "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식당에 가서 주문하고 무전취식을 하였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행위로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무거운 죄다.

하지만 무전취식에 대한 사건에 형사처분이 내려진다고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을 받길 원한다면, 검찰에 형사조정을 신청하여 합의금을 받거나 법원에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무전취식을 하였을 때 금액이 소액이고 식당 주인과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기소유예 처분이 나와 처벌이 없이 넘어갈 확률이 높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재판까지 하러 갈 수도 있다"면서 "무전취식도 엄연한 범죄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사기죄까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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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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