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쟁이 가장 격화하는 국내 인터넷 콘텐츠 시장 중 하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웨이브, 티빙 등 국내 업체들도 선전하고 있죠. 지난해에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강자인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업체와 국내 대기업의 사이에서 OTT 스타트업 왓챠의 분전이 눈에 띕니다. 다른 OTT처럼 독점 콘텐츠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왓챠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유가 있습니다.
일명 BL(Boy’s Love) 장르 콘텐츠의 성공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BL은 남자끼리 사랑을 다룬 장르입니다. 최근 여성 소비자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죠.
그렇다고 왓챠가 단순히 BL 장르 인기에 편승해 ‘시맨틱 에러’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화제를 모으기 어려울 수도 있죠. 제작 전에 많은 고민과 검토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왓챠의 ‘비밀병기’는 따로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이죠. 왓챠는 기존의 '시맨틱 에러’와 비슷한 장르의 콘텐츠인 ‘진정령’,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등의 주요 시청 연령대, 시청 데이터 등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20~30대 여성이 주요 타깃층이라는 점, 재생시간이 기존 드라마 대비 짧다는 점, N회차 재생(반복재생)이 많다는 점 등을 따져서 '시맨틱 에러’를 제작했죠.
김혜정 왓챠 마케팅 이사는 “'시맨틱 에러'의 제작과 마케팅에는 취향을 기반으로 한 팬덤형 콘텐츠에 대한 고객 시청 데이터가 매우 면밀하게 적용됐다"며 “기본적으로 콘텐츠는 창작자의 창작성과 참신함 등이 핵심이지만 여기에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보다 좀 더 흥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왓챠피디아는 6억 5000만개 이상의 콘텐츠 이용자 평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관련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을 찾기 어렵죠.
왓챠는 2017년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영상 콘텐츠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왓챠는 왓챠피디아에 보유한 세계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국내외 이용자들의 평점 데이터를 바탕으로 ‘왓챠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내놨습니다.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작을 해외 제작사와 계약해 내놓기 시작했죠. '킬링이브', '이어즈 앤 이어즈' 등이 대표적입니다.
김효진 왓챠 콘텐츠 사업 담당 이사는 “당시 왓챠가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서 수급하고자 하는 콘텐츠는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이게 과연 한국에서 먹힐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미 데이터가 국내에서도 충분히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왓챠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는 전 세계 수십만 개의 콘텐츠에 대한 메타데이터와 시청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평가 별점, 콘텐츠 선호도(‘보고싶어요’로 관심을 표현한 지수), 콘텐츠에 대한 평가 코멘트 등입니다.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콘텐츠라도 해외에서 미리 시청한 소비자들이 평가와 후기를 남기기 때문에 콘텐츠 당 적어도 수십 개의 관련 데이터가 확보됩니다.
세상에 공개 된 지 수년 이상이 된 작품의 경우에는 왓챠피디아의 시청 데이터로 콘텐츠별로 얼마나 많은 시청 수요가 생길 수 있는지 예측하죠. 그 예측값을 바탕으로 왓챠는 수급을 진행합니다. 신작의 경우에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용자들을 묶어서 콘텐츠 수급 및 전략을 세웁니다.
그는 “좋은 AI 모델이 나오면 왓챠 시스템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해 추천 엔진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왓챠는 구글의 AI 언어모델 버트(BERT)도 접목했습니다. 버트는 2018년 공개되자 ‘AI의 언어 이해·처리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모델입니다.
데이터의 순서·맥락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는 게 장점입니다. 이를 취향 분석에 접목하자 한층 섬세한 추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윤 팀장의 설명입니다. 윤 팀장은 “막연히 ‘이 작품은 성공하겠지’라는 기대가 아니라 광범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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