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남 함평군 함평읍 엑스포공원 입구는 주차하려는 차량의 행렬이 이른 오전부터 100m가량 길게 늘어섰다. 교통경찰의 바쁜 손짓 뒤로 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장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만에 열린 제24회 함평나비대축제의 첫 주말을 맞아 관람객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축제 행사장 안은 오전 10시가 넘자마자 곳곳이 인파로 북적였다. 주 전시관인 나비·곤충 생태관에는 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했다. 볼 풀과 에어 바운서 등은 뛰노는 아이들과 지켜보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트램펄린 같은 인기 체험시설은 30분가량 줄을 서야 했다.
대부분 가족 단위 관객들로, 3~7세 사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동하는 관객들이 주를 이뤘다. 모든 관객이 마스크를 쓴 채 행사장을 돌아다녔지만 축제장 분위기만큼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슷했다.
이동현씨(서울시 성동구 행당동)는 "세 살 아들에게 나비를 보여주고 싶어 먼 길을 왔다"며 "처음으로 나비축제를 왔는데 사람들이 활기차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19가 끝나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정환씨(일본 도쿄)는 "고향인 전남 영암을 찾았다가 오랜만에 열리는 축제를 보고 싶어 방문했는데 오길 잘했다"며 "두 살배기 아이가 태어난 뒤 처음으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함평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막한 함평나비대축제에는 주말·휴일을 포함해 사흘 동안 4만4082명이 방문했다. 2019년 코로나19 이전에 열린 축제의 같은 기간에 6만4729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68.1%에 머물렀지만 군은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노호성 함평군 홍보팀장은 "관객이 많이 몰릴 수 있는 개막식은 치르지 않았지만 축제 규모나 행사는 예년과 비슷하게 구성했다"며 "마스크를 쓴 채 관람과 체험을 해야 해 예년 관객의 50% 들어와도 성공이라 봤는데 이를 훌쩍 넘겨 놀랐다"고 말했다.
함평군은 축제장 입구에 임시 선별소를 설치하고 마스크 착용 등을 정기 안내 방송하는 등 축제 기간동안 코로나19 대응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축제장 전역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3년 만에 나비대축제에 관객이 몰리면서 도보 10분 거리의 함평천지전통시장도 활기를 띄었다. 특산품인 한우를 주재료로 한 비빔밥 거리는 점심시간에 대부분의 식당에 긴 줄이 이어졌다. 비빔밥 식당을 운영하는 송창욱씨는 "나비대축제가 열리면서 주말 점심 손님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며 "오후 4시까지 식당 손님들의 줄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오는 8일까지 열리는 함평나비대축제는 올해의 나비로 '호랑나비'를 선정하고 22만 마리의 나비를 전시관에 풀었다. 샤피니아 등 30여 종의 화훼 50만 본도 축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축제장인 엑스포공원 중앙광장 일원에는 나비날리기 체험, 나비놀이터, 나비터널, 나비 곤충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잔디광장에는 전통놀이존, 에어슬라이드, 볼풀 등 20여 개 체험부스를 설치했다.
이병용 함평군수 권한대행은 "거리두기 제한 해제 등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이 성큼 다가왔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이 함평에서 봄날을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평=임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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