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 정보기관이 자국 대통령 영상 중 가장 예민하게 관리하는 건 무엇일까. 말투, 목소리, 시선, 표정 모두 신경쓰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걸음걸이다. 걸음은 인간의 신경, 뼈, 근육 등 근골격계가 모두 관여하는 '종합예술'이라서다. 걷는 모습을 분석하면 몸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스테판 최 바이파이브(ViFiVE) 창업자 겸 대표(CEO)는 이런 분석을 VIP가 아닌 '일반인' 수준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 바이파이브는 근골격계를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판매 한다. 바이파이브 이전에도 근골격계 전문 진단 플랫폼이 있었다. 바이파이브는 진단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바이파이브 플랫폼을 활용하면 으리으리한 진단 장비는 필요 없어 진다.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 서서 팔을 들거나 무릎을 굽히면 끝이다. 빅데이터를 학습한 바이파이브의 인공지능(AI)이 진단을 맡는다. 목이 수시로 뻐근한 사람이 비용과 시간 때문에 목이 진짜 아파질 때까지 병원 진료를 미룰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공학 박사 출신인 최 대표가 의료산업에 도전한 건 남다른 경험 영향이 크다. 본인이 근골격계 질환 환자다. 지금은 빈도가 줄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면 중에 어깨가 빠지는 극심한 고통을 수시로 겪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음의 문턱에 몇 번 갔던 것도 의료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그는 "한 달 뒤에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걸 떠올렸더니 '창업'이었다"고 말했다.
아마존,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애플, 구글 등 보통 사람이 한 번 취업하기도 힘든 네 회사를 모두 거치며 쌓은 AI와 빅데이터 관련 노하우도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최 대표는 "좋은 회사였지만 '공허함'이 컸다"며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력을 측정하면 1.0, 2.0 등의 수치가 나오고 피검사를 해도 간 수치 같은 데이터가 나오잖아요. 사람 몸 전체, 근육, 뼈, 인대 등을 주관하는 근골격계 관련해서도 이런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근골격계 오브젝티브 데이터, 즉 ‘바이오마커’라고 표현하는 것을 측정하고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판매합니다. 시장도 큽니다. 미국 의료비의 8분의 1이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된 겁니다.”
▶근골격계 데이터란 게 좀 생소한 것 같습니다. 쉽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예를 들어볼게요. 60세 이상 환자들이 걷는 모습을 분석하면 수명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의학적 연구는 상당히 잘 돼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측정을 하는 것이죠.”
▶근육, 뼈, 인대 등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네요. 그런데, 지금은 데이터 측정 기기가 없는 상황인가요.
“있습니다. 복잡한 센서를 관절마다 달아서 측정하거나, 많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걷는 모습을 찍고 3D 게임 컴퓨터그래픽처럼 분석하는 건데,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졌죠. 한 세션당 1000달러에서 2000달러씩 합니다. 미국은 특히 말도 안 되게 비쌉니다.”
▶바이파이브는 저렴하고 간편하게 측정이 가능하다는 건가요
“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측정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네. 미국에서도 근골격계 환자가 많은 건 초기 단계에 ‘방치’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피지컬테라피(물리치료)를 받거나 더 아프면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죠. 이후에도 6개월 이상 체크를 해야하는데 정형외과에선 수술을 하고도 의료수가 때문에 환자를 팔로우업하기도 어렵고요. 또한 근골계질환은 재발율이 높아서, 한 번 다치면 평생 고생하는거죠."
▶사전에 질환을 방지할 수는 없나요
"최대한 문제를 빨리 파악하고 비수술적 치료가 들어가야하는데 비싼 진단을 받아야하고 퍼스널 코치가 붙어서 도움을 줘야합니다. 비용이 상당하죠. 그래서 바이파이브는 스마트폰 앱이나 태블릿 등을 통해서 근골결계 질환을 이른 시점에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과 이를 구현하는 앱,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바이파이브는 어떤 식으로 진단하나요
"사람 몸을 찍어서 근골격 시스템을 3D로 분석합니다. 관절의 각도, 이동범위, 그리고 움직임의 속도 같은 걸 체크하는 거죠. 어깨를 못 올리는 오십견을 예로 들어볼게요. 180도로 못 올리면 진단이 되는건데, 이건 의사가 굳이 진단할 필요가 없이 바이파이브로 하면 쉽습니다."
▶의사랑 경쟁하게 되는건가요
"아니죠. 의사들은 더 정확한 진단에 바이파이브를 활용할 수 있는겁니다. 바이파이브는 환자에 대해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만들어서 병원, 클리닉, 보험사 같은 고객사에 보내주는겁니다."
▶병원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요
"환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이란 건 정말 신중해야하는 거잖아요. 수술이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수술 끝난 사람들 재활과정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진단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매출은 어떻게 올리나요.
"구독 모델입니다.
▶보험사들이 고객사라는 것도 신기합니다
"미국의 보험시장 구조를 보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미국 대기업(직원 200명 이상)의 85% 이상은 보험 펀드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운영을 보험사에 맡기죠. 회사 입장에선 직원들이 사전 진단을 통해서 질환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경쟁사는 없나요
"사람 몸에 센서를 붙여서 진단하는 힌지헬스(HINGE HEALTH)란 업체가 있습니다. 비수술적인 치료를 이른 시점에 끝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업이죠. 이 회사의 주요 고객들은 고용주들인데, 기업가치 60억달러를 인정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센서들과 전용 테블릿을 필요로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그래서 확장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바이파이브처럼 비전(카메라)으로 하면 훨씬 간편하고 저렴하죠. 힌지헬스가 경쟁사지만, 나중엔 바이파이브의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고객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모델이 많이 됐죠. 함께 일하는 닥터 테라피스트(미국에선 물리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닥터’로 불리는 직업군이 있으며 전문대학원을 마쳐야 하는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들이 환자 동의서 받아서 데이터를 모으고요. 유튜브 다운로드 받아서 트레이닝도 했습니다. 가내수공업처럼 해서 지금은 데이터를 많이 모았습니다."
▶측정 정확도는 높나요
(최 대표는 태블릿 PC로 구글과 바이파이브의 측정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영상을 직접 보여줬다. 바이파이브는 사람의 움직임을 무릎, 골반 등 각 핵심 부위를 중심으로 정확하게 인식한 반면 구글의 측정 프로그램은 사람의 움직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경쟁사들은 특이한 동작을 못 따라갑니다. 범용으로 개발된 AI 모델과 근골격계 진단과 분석을 목적으로 한 AI의 차이라고 할까요."
▶일반인들 대상 세일즈도 가능할까요
"아파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관심이 크겠지만 안 아픈 분들은 써보라고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죠.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근골격계 진단을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하게하고 인센티브를 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환자와 병원 모두 쓸 수 있는 게 바이파이브의 제품입니다."
▶앞으로 바이파이브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이신가요
"의학적으로 스터디가 잘돼있지만 환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이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센서기업들은 하드웨어에 400~800달러를 지출합니다. 그리고 환자 입장에선 운동역학 분석 한 번 검사하는 데 비용이 1000~2000달러입니다. 바이파이브는 이런 비싼 진단기기를 대체해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쪽으로 제대로된 바이오마커가 없고 표준화된 구조가 없어요. 바이파이브가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정부 정책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요
"네. 미국의 헬스케어는 진료를 하면 돈을 주는 구조입니다. 과잉진료 가능성이 있죠. 그 결과 의료비가 GDP의 20%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밸류베이스로 바뀌어야죠. 환자의 질환이 치료되면 정부나 보험사에서 돈을 주는 것이요. 미국 정부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미국 정부가 밸류베이스 케어로 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의료 수가 중에 새롭게 나온 게 '리모트 테라피 모니터링(remote therapeutic monitoring)'입니다.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수술후 재활 치료나 운동처방 후에 원격 모니터링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료 수가를 줬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질, 그리고 아웃컴을 높이려고 노력을 합니다."
▶바이파이브에 긍정적인 소식이네요
"20년 전에 모든 기업들이 건물 한 구석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어놓고 있었는데, 지금은 클라우드를 쓰죠. 근골격계 진단 영역에서도 밴드를 차고, 비싼 센서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바이파이브는 무거운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아요. 사람 몸 전체를 훨신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운 좋게 제가 선택했던 전공(서울대 컴퓨터공학)이 어디서나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아마존, 애플, 구글 등 여러 좋은 회사들을 옮겨 다니면서 좋은 대우를 받았어요. 애플에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전 지구상에 있는 십 억 개 넘는 디바이스를 바뀌게 할 수 있는 경험도 했죠."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왜 창업을 하셨어요
"재밌긴했는데 공허했습니다.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인가, 인류공헌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중년에 접어들면서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한 달 뒤에 내가 죽는다면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창업을 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죠
"죽음까지 갈 뻔한 경험을 몇번 했어요. 바다에서 익사할 뻔 한 적도 있었구요. 올림픽대로에서 교통사고 났을 때 제가 타고 있던 차가 두 바퀴 반을 돌면서 가드레일에 추돌했었는데, 그때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리고 애플 다닐 때 아버님께서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으시고 12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의미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컴퓨터공학도가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을 하는 것도 일반적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풀고 싶었어요. 제가 대학 때 수영부였습니다. 상당히 실력있는 팀이었어요. 그런데 반복적으로 어깨에 운동 부상이 있었고 교통사고를 겪었습니다. 안전벨트 때문에 원래 부상이 있던 어깨를 더 심하게 다쳤습니다. 수술과 퇴원 후 두 달 넘게 집에 누워있었습니다. 직후에 미국에 유학 왔는데, 재활과정이 너무 엉망이더라고요. 재활 클리닉에 매주 갔었는데, 몇 주가 지나고 나선, 혼자서 온동하고 있고 제 경과에 따른 다른 처방이 이어지지 않더라구요. 결국, 컨디션이 안 좋으면 자다가도 어깨가 빠졌는데 정말 고통스러웠죠. 그래서 20년 간 제가 근력 강화를 하고 방법을 찾으니까 길게는 6개월 정도 어깨가 안 빠지더라고요. '민간요법도 아니고 서양의학의 선진국에서 왜 이럴까'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빅테크에서 근무하며 AI 관련 경력도 쌓았다고요
"애플에 있을 때 비전(vision) 베이스의 머신러닝 부서에도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애플 지도'를 고도화하는 팀이었죠. 처음엔 사람이 오류를 잡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고 부정확했습니다. 도로 교차로에 점을 찍고 도로를 선으로 그려서 연결하는 트리 기반의 머신러닝으로 지도 데이터의 에러를 잡으니까 정말 잘 되더라고요."
▶원래 전공이 AI였나요
"아니요. 원래는 슈퍼컴퓨터 분야에 관심이 컸어요. 메릴랜드주립대 박사과정 중에 IBM 왓슨연구소(Thomas J. Watson Research)에서 인턴을 했었죠. 여러 사정 때문에 2012년 아마존에 가서 데이터센터 백앤드 엔지니어로 근무하는데 거기서 일하다보니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하고 전자상거래를 돌아가게 하는 건 데이터센터랑 병렬처리라는 걸 깨달았죠. '세상이 변하고 있고 돈이 모이는 곳은 전자상거래(eCommerce)와 같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구나’라고 생각하게됐습니다.
▶그 이후로 AI 관련 업무를 하게 된건가요
"학위 받고 아카데믹에 대한 아쉬움을 버리지 못해서 2014년 실리콘밸리 삼성리서치로 가서 2016년까지 머신러닝을 제대로 공부했습니다. 애플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라서 옮겼고요. 애플 제품 성능팀에 있다가 지도 관련 팀으로 가게된거죠."
"애플에 있을 때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문제를 풀고 싶었습니다. 의료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좋은 기계 들어오고 변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변화'가 많이 안 일어났다고 생각했고요. 마침 구글이 '구글 라이프 사이언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많이 찾고 있었어요. 거기 슬로건은 '건강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데이터적이 접근을 해보자'는 거였습니다. "
▶구글에서 어떤 업무를 하셨어요
"인간의 모든 건강을 데이터로 정리해보자는 걸 했습니다. 5만명의 지원자를 받아서 시작했죠. 그 중에 걷기 테스트가 있었어요. 걷는 데 몇초 걸리고 이런 걸 수기로 적고 있더라고요. '구글 같은 회사에서 왜 저런 식으로 하지'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창업을 생각하게 된 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애플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됐겠네요
"사람 몸은 정형화된 트리구조잖아요. 길이나 비율도 비슷하고,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하고요. '복잡한 도로 환경(지도)도 머신러닝을 활용하니 잘됐으니까 사람 몸에 적용해보자'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다가 vision AI로 방법을 바꾸는 것을 제안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고요.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건 무엇보다 중요한 업무인데 제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니까 '그러면 내가 직접 해보자'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구글을 그만두고 고민을 했고 2020년 4월 회사를 콜로라도에 설립했습니다."
"후회 안 했다면 거짓말이죠. 아이디어 밖에 없었잖아요. 어떤 부분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뭘 할지, 어떻게 돈 벌 것인지 해결하고 그만둬야했는데, 그냥 나온 게 문제였어요. 사실 하나에 집중하면 병행을 못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초기에 주력한 분야는요
"우선 미국 헬스케어시스템이랑, 그 안에서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공부를했어요. 그동안 받은 주식 까먹으면서 버텼죠. 그런 와중에 공동창업자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석달 후(2020년 7월) 합류했어요. 최근 허리가 아파서 아침에 못 일어난 경험을 한 친구였죠. 부축 받고 병원에 가서 의사가 수술하자고 했는데, 상당히 괜찮은 피지컬테라피스트한테 치료를 받고 걸어나오면서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생각이 바뀐 친구였어요. 원래 금융권(골드만삭스)에 있다가 몰로코라는 테크 스타트업으로 돌아온 학부때부터의 친구입니다.”
▶바이파이브 창업 2년 간 주력한 건 무엇인가요
"2020년 6월 프로토타입 개발을 시작해서 의사들 만나고, 피지컬테라피 문 두드리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원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란 게 비행기를 띄우면서 만드는 것입니다(웃음). 지금은 정말 미니멈 프로덕트지만 비전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를 계속 하고 있고요. 바이파이브의 사업은 구글 검색엔진 같은 성격을 갖고 있어요. 후발주자가 따라가기가 어려운 게 데이터가 쌓일수록 경쟁력이 강해지는거죠. 사람의 움직임 데이터, 의사의 처방 등의 데이터가 쌓이면 통계적 모델이 나옵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향후 어떤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미래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순간이 올겁니다. 엄청나게 파워풀해지는거죠."
▶헬스케어쪽의 진입장벽이 컸을 것 같습니다
"처음 찾아가면 반응 중에 '너희들이 우리 직업군 없애는 거 아냐'라는 분들이 있어요. 오해죠. 저는 의사는 의사라고 생각해요. 결국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건 의사죠. 경험과 데이터를 섞어서 신뢰할 만한 결론 내리는 건 컴퓨터가 못합니다. 이게 사람과 AI의 차이죠. 컴퓨터는 객관적인 수치학적인 걸 보여주는 겁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하면서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천상 엔지니어인데, 세일즈도 해야하죠. 사실 제가 사람들 만나는 건 좋아하는 거 아닌데 해야하고, 아시안으로서 백인 위주 헬스케어를 뚫고 가는 게 어렵습니다. 100군데 연락하면 한 곳에서 답이 올까말까죠. 그럴 땐 트레일에서 자전거를 한 시간 넘게 타면서 잊으려고 하죠."
▶대표님의 큰 그림을 헬스케어업계에선 이해를 하나요
"저는 없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작년 10월에 보스턴에서 'HLTH'라는 컨퍼런스였어요. 스타트업 부스에서 전시했는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처음이다'라면서 먼저 연락이 오고 미팅을 요청하더라고요."
▶최근 자금조달에 성공했고, 개발 인재도 계속 뽑을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지난해 12월에 600만달러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 동안 월급을 못안 받았는데 이제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거죠. 직원은 지금 13명이 근무하는 데 정규직이 7명, 파트타임이 6명입니다. 개발팀을 계속 더 뽑으려고 합니다."
▶인력 채용에 어려움은 없나요
"기술회사지만 헬스케어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걸 지향하죠. 의료혜택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요.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조인하고 있어요."
▶회사는 어느정도까지 커질 것으로 보세요.
"정말 시장이 커요. 근골격계 플랫폼 서비스 시장이 700억달러 정도로 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그러면서 시장도 자리를 잡게 될 것이고요."
▶현재까지의 고객 반응은 어떤가요.
"예전에 사람이 눈으로 보거나, 팔꿈치를 다친 사람이 팔을 어느 정도까지 펼 수 있는 지 각도계로 측정했잖아요. 그런데 바이파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걸 보면서 고객들이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그런 기계를 활용했더라도, 1억원 정도 투자를 했어야했는데 바이파이브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놀라워합니다."
"최대한 많이 준비하돼 너무 많이 재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똑똑한 친구들일수록 리스크를 두려워하는데, 약간 멍청해질 필요가 있어요. 장고 뒤에 악수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리고 스타트업 잘 안된다고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믿음이 있고, 충분한 의미가 있다면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성공한 삶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도 괜찮은 행동입니다."
▶엔지니어와 창업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엔지니어는 결과랑 데이터로 얘기를 하죠. 사업은 사람과 사람 사이 일어나는 일이 모아져서 결과가 나옵니다. 문제풀듯이 되는 게 아니죠. 그리고 운도 필요해요. 인연이요.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은 언제부터로 보세요
"이르면 올 겨울입니다. 우리가 정확하고 경과 모니터링이 잘 된다는 건 검증이 됐습니다. 지금 같이 테스트 중인 고객들에게 유의미한 제품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는 걸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사명 '바이파이브'의 뜻이 궁금합니다
"VIVE는 프랑스에서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의미이고요. VIVE에 만난다는 의미의 하이파이브를 합쳤습니다. 회사 슬로건은 '헬프 피플 인조이 액티브 헬스라이프', 즉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겁니다. 또 '액티브 앤드 헬스라이프', 죽는 날까지 몸도 건강하게 살아야하는데 사람이 못 움직이면 기본적인 존엄성이 떨어지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게 기여하자는 겁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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