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산을 왜 밀어?…에스와이 '지붕 태양광' 사업 가속도

입력 2022-05-02 15:12   수정 2022-05-02 15:19

대형 창고나 공장의 지붕은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햇빛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고 신규 부지를 확보할 필요도 없어서다. 하지만 태양광 모듈을 볼트·너트 등으로 고정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이 훼손되는 데다 비용 부담마저 큰 탓에 아직까진 지붕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는 업체는 드문 형편이다. 코스닥시장 상장 건축자재 전문기업 에스와이는 태양광 발전에 특화된 ‘FL루프’를 통해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했다.

2000년 설립된 에스와이는 공장 등 산업용 건축물에 주로 쓰이는 난연성 샌드위치 패널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건자재용 컬러강판 및 화학 제품을 비롯해 외장용 패널, 데크플레이트, 우레탄 단열재, 모듈러 주택 등을 생산하며 건자재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전국 8개 공장, 5개 영업사무소의 탄탄한 유통망과 우수한 품질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36.7%에 달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FL루프는 에스와이의 제조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다. 지붕과 태양광 모듈을 전용 클램프로 단단히 고정하기 때문에 타공, 실리콘 마감 등이 필요 없다. 전용 클램프를 움직여 태양광 모듈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발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지붕이 설치된 곳은 태양광 발전 설비 시공 기간과 비용을 일반 지붕 대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개별 현장에 최적화된 맞춤형 납품도 가능하다. 후면 발전도 가능한 양면형 태양광 모듈을 설치할 경우, 세라믹 코팅을 적용해 빛 반사 성능을 높이고, 지붕 표면 오염도를 낮춘 하이퍼빌 강판을 지붕 소재로 적용해 발전량을 추가할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선 시공 편의를 위해 벽재와 지붕재 등을 한 업체에 일괄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다. 에스와이는 이런 사업 환경을 활용해 자사 패널 제품을 납품하는 건설 현장에 FL루프를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 현장 설계부터 자재 조달, 시공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태양광 EPC(설계·조달·건설) 사업도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 초 태양광 EPC 전담 영업사원을 대거 모집한 것도 그 일환이다.

에스와이는 2017년 충남 아산 에스와이 빌드공장을 시작으로 디와이 익산공장, 대동공업 대구공장, 한국MCC로지스틱스 부산물류창고, 현대로보틱스 대구공장 등 전국 20여 개 공장·창고에 지붕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했다. 발전 용량으로 따지면 총 2만6000㎾에 이른다. 이들 시설은 지붕 태양광 발전 전력을 자가 소비하거나 판매해 부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 지붕 자체를 다른 사업체가 태양광 발전에 사용하도록 임대하는 사업 모델도 확산하는 추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1000여 개 산업단지 공장 지붕의 잠재 발전 용량은 연 5GW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조원에 달한다. 임야를 훼손해 태양광 발전 설비용 부지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환경적 가치도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대진 에스와이 에너지사업팀 이사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활성화와 RE100 수요까지 고려하면 지붕 태양광 시장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건축물 태양광 발전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산=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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