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공식 취임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주부터 내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직접 현업 부서를 찾아 직원들을 만나고, 보고받고 있는데요. 이는 총재 집무실에서 각 부서 간부들에게 업무보고를 받았던 전임 총재들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합니다.
2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조사국 커뮤니케이션국 등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 총재는 이날도 직접 업무보고가 예정된 해당 부서를 찾아 직원들과 얼굴을 맞댔습니다. 지난주에는 한은 본관에 있는 현업 부서뿐 아니라 전산정보국, 발권국 등이 있는 강남본부를 찾았습니다.
이 총재는 업무보고를 받은 뒤 직원들로부터 즉석 질문도 받기도 합니다. 한 직원은 "MBTI 유형이 무엇이냐"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는데요. 이 총재는 이에 "E(extroversion·외향)형"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총재가 이처럼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일한 경험 때문으로 보입니다. IMF는 이 총재가 한은 총재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그와 함께 일한 특권을 누린 우리는 그의 친절함과 동료애, 놀라운 유머 감각에 깊은 감동 받았다"며 "그는 아태국 직원의 복지를 위해 헌신한 핵심 리더였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관심도 다양하고 질문도 많이 한다"며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 한은 기자실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날 80여명의 기자가 참석했는데요. 이 총재와 기자들은 차와 다과를 함께 먹으면서 '스탠딩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 총재는 직원들에게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외부와의 소통의 울타리를 넘어서자"며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연구성과를 책상 서랍 안에만 넣어 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판단 자료를 더 많이 제공하고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더 다양화해야 한다"며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전문가와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이어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와 시장과 또 민간기관과 건설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때"라며 "이를 통해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조화와 협력 속에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외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한은을 두고 고요한 절 같다는 의미의 '한은사(寺)'라는 명예롭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 총재가 키를 잡은 한은은 앞으로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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