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위원장 "코스닥 우등반 연내 도입…혁신기업 찾게 만들 것"

입력 2022-05-02 17:12   수정 2022-05-03 01:01

쿠팡은 미국에 상장하고 카카오는 덩치가 커지자 유가증권시장으로 떠나버리고…. 혁신기업 시장을 표방하는 코스닥시장의 딜레마다. 우량한 강소 기업이 다시 코스닥 문을 두드리게 하고, 있던 기업들이 떠나지 않게 붙잡는 게 코스닥시장의 숙제가 된 지 오래다.

김학균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고민을 털어낼 방안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혁신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코스닥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코스닥 기업의 저평가를 막고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영역)’라는 새로운 시장 영역을 올해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위 5% 기업 선별하겠다”
김 위원장은 올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으로 글로벌 세그먼트 도입을 들었다.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의 열위 시장이란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세그먼트를 도입해 이전 및 해외 상장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는 미국 나스닥시장을 예로 들었다. 나스닥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뉴욕증권거래소의 열위 거래소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우량기업 중심의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라는 세그먼트를 조성해 우량기업을 유치했다. 현재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에는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 등 유명 빅테크 기업이 상당수 속해 있다.

김 위원장은 “코스닥시장 내 대형 우량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경향이 있어 별도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시가총액과 재무제표, 기업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상위 5% 기업을 선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상장기업 설문조사와 전문가 토론 등을 이미 마친 상태다. 연말까지 이를 도입할 방침이다.

코스닥시장은 그동안 기업들의 편입·편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부실기업의 퇴출 과정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거나 혁신기업의 상장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해서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코스닥 상장 기업이 4년 연속 100곳을 넘는다는 건 진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부실기업 퇴출 과정에선 투자자 보호 문제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스템임플란트 등 일부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된 것과 관련해선 “상장적격성 심사 시 내부통제 제도 완비 및 이행 여부까지 따져 상장 유지를 결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 도입·세제 혜택 필요”
혁신기업 유치를 위한 다른 방안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를 코스닥위원회 위원으로 영입했다”며 “국내 상장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위원회 차원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직접 방문해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이 혁신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선 자본시장 제도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등의결권 도입이나 코스닥 투자 관련 세제 혜택이 별도로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정부에도 매번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스닥시장의 가장 기본 임무는 우량 혁신기업에 자금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좋은 기업을 코스닥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슬기/심성미/배태웅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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