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 귀찮고, 불안해"…턱스크만 늘었다

입력 2022-05-02 17:31   수정 2022-05-10 15:25


566일 만에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일 서울 시청역 앞 출근길. 10여분간 지나간 행인 가운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하철 출입구 바깥으로 나오면서 마스크를 벗는 시민도 가물에 콩 나듯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시청역으로 출근하는 유모씨(23)는 “아직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지하철이나 실내에 들어갈 때마다 쓰고 벗는 게 귀찮아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낮이 돼서야 ‘마스크 프리’ 시민이 늘어났다.

점심을 먹은 몇몇 직장인이 마스크를 벗고 산책했고, 실외 점포나 지하철 야외승강장 등에서도 한두 명이 마스크를 벗었다. 한 시민은 “마스크를 벗는 날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놀랐고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썼다”며 “당분간 트렌드를 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쓰던 습관?…여전히 마스크 쓴 사람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이날 해제됐지만 거리엔 ‘벗은 사람’보다 ‘쓴 사람’이 더 많았다. 착용 습관이 오랫동안 배어 있어서인지 해제 효과는 뚜렷해 보이지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실외에서도 1m 이상 거리 두기가 어려울 때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남산 둘레길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마스크를 벗고 해방감을 즐기다가도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다시 쓴다”며 “날씨가 더워져 너도나도 마스크를 벗으면 모르지만 당분간 ‘턱스크’나 ‘손스크’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내와 실외 구분이 불명확한 곳이 많다 보니 곳곳에서 혼선도 빚어졌다. 천장이 있는 넓은 개방 공간인 재래시장이 대표적이다. 서울 동대문 광장시장의 한 분식집 업주 부부는 마스크를 벗고 떡볶이를 팔고 있었지만, 바로 옆 점포에선 마스크를 쓰고 호두과자를 팔고 있었다. 점주 연모씨는 “오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줄 알고 있지만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썼다”며 “손님들이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옷감을 운반하던 인부들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뒤섞여 있었다.
“실내 마스크도 벗게 해주오”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지침이 ‘눈 가리고 아웅’이란 불만도 나왔다. 서울 여의도의 직장인 경모씨(42)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데 커피를 먹으면 안 써도 되는 것 아니냐”며 “매일 저녁 사람 많은 식당이나 술집을 이용하고 지하철에서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마당에 출퇴근 길에만 버스와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하철과 시내버스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지만, 더 오랜 시간을 이용하는 KTX 열차 등의 경우 취식이 허용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중대본은 지난달 25일부터 기차, 지하철, 시외·고속버스 등에서 취식을 허용했다. 밀폐된 공간인 극장도 같은 날부터 취식이 허용됐다.

실내 영업을 하고 있는 일부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시청역 인근 요가원 관계자는 “아직도 실내 그룹 수업의 경우 전부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고 수강생 간 거리에 신경 쓰느라 영업에 지장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 중인 한 시민은 “도장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겨루기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수강생들을 예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게 더디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중대본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확진자 수가 아직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방역수칙을 완전히 풀 수는 없는 만큼 현재의 방역지침을 당분간 최대한 지켜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소현/최세영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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