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의 경관을 훼손했다며 빚어진 '왕릉 뷰' 아파트 철거 논란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수분양자들의 입주를 앞두고 있어서다. 문화재청은 허가를 받지 않고 지은 아파트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입주가 시작되면 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이 나온다.
3일 인천 서구청에 따르면 구는 대광건영이 원당동에 조성하는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에 대해 사용검사 신청이 접수되는 대로 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서류가 접수되면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일반적인 아파트와 같이 법령대로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용검사는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건축한 건축물이 승인내용대로 이행돼 건축행정 목적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법률효과를 발생되다보니 입주 직전 마무리 단계의 행정처분이다.
검단신도시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김포 장릉과 인천 계양산 사이에 위치한다. 조선 왕릉은 뒤에 '주산'과 앞에 '조산'을 두는데, 지난해 말 문화재청이 이 아파트를 비롯해 3개 단지가 장릉의 조산인 계양산을 가린다며 철거를 요구해 법적 분쟁이 벌어진 바 있다. 소송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대광건영은 아직 사용검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대광건영 관계자는 "신청 시점 등을 두고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광건영이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사용검사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이달 내 입주를 시작해 문화재청과의 소송에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태이기에 금전 보상을 할 수도 있었다"면서도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맞서 가처분 신청을 하고, 공사를 재개해 사전점검까지 마쳤다는 건 입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해당 사업장은 이번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에 골조 공사를 마쳤던 상황이기에 공사를 빨리 끝낼 수 있었다"면서도 "당초 7월 입주가 예정됐던 곳이지만, 이제 사측이 결정하면 5월 입주도 가능해졌다. 단순히 공사가 순조로웠다고 할 범위는 벗어났다"고 말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입주로 인해) 사건의 쟁점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문화재청과 건설사, 지자체 등의 인허가 절차가 정당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었다면 입주가 이뤄진 뒤에는 수분양자들이 입을 피해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엄 변호사는 "재판부는 입주자들이 집을 나와 이주하고 기존 건물을 철거해 새 건물을 짓는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과 건물을 그대로 뒀을 때 발생할 경제적 손실을 두고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문화유산의 경관 훼손은 숫자로 치환하기 어렵지만, 입주자들에게 발생할 피해는 수치화가 가능하다. 만약 재판부가 소송에서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철거가 이뤄지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광건영과 함께 '왕릉 뷰 아파트'로 논란이 된 다른 아파트들도 입주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금성백조(예미지트리플에듀)는 내주 입주자 사전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입주는 내달 하순께 가능할 전망이다. 대방건설(디에트르에듀포레힐)은 9월 입주가 예정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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