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6월 출범한 ‘K-mRNA’ 드림팀이 삐걱거리고 있다. 임상시험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진 데다 참여 기업들이 독자 노선을 선언하면서다. 일각에선 출범 1년 만에 와해 수순을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약품·녹십자, 독자 진출 선언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GC녹십자는 최근 잇달아 자체 mRNA 사업화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mRNA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다.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에 100억원을 투자해 연간 3억 도즈 규모의 생산능력을 6억 도즈까지 확대할 방침이다.한미정밀화학은 지난해부터 mRNA 기본 원료인 뉴클레오타이드와 불안정한 mRNA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캐핑 물질, mRNA 백신을 몸속 세포까지 운반하는 지질나노입자(LNP) 등의 관련 생산기술을 확보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LNP 원료 생산기술 등을 도입했지만, 한미정밀화학은 국내 최초로 제조 공정 전체를 독자 기술로 구축했다”고 말했다.
앞서 GC녹십자도 mRNA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캐나다의 아퀴타스테라퓨틱스로부터 LNP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GC녹십자는 아퀴타스의 LNP 기술을 활용해 mRNA를 기반으로 한 독감 백신과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위기 맞은 K-mRNA 컨소시엄
코로나19를 계기로 mRNA 기술은 차세대 바이오 핵심 기술이 됐다. 대부분 질병에 적용할 수 있는 mRNA 특성 때문에 각국이 플랫폼 기술 확보에 나섰다. 국내 제약사들의 mRNA 사업 확대도 당연한 수순이다. 한미약품과 GC녹십자가 나란히 mRNA 사업화를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문제는 mRNA 백신 국산화를 위해 구성된 K-mRNA 컨소시엄이다. 이 컨소시엄의 주축은 한미약품과 GC녹십자, 에스티팜이다. 보건복지부의 예산 지원까지 받은 이 컨소시엄은 지난해 6월 출범했다. 당시 목표는 올해 상반기 조건부 허가를 받아 1억 도즈 이상의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한미약품은 원료 생산을, GC녹십자는 상용화 단계의 완제·충진 등을 맡기로 했다. 두 제약사가 최근 진출을 선언한 분야인 CDMO와 후보물질 개발은 이 프로젝트에선 에스티팜의 몫이다. 결과적으론 컨소시엄 주축 3사가 협력에서 경쟁으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출범부터 흔들린 K-mRNA
야심 차게 출범한 프로젝트지만 초기부터 와해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참여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물질 개발을 맡은 에스티팜은 원료의약품 판매로 수익을 올리던 곳이다. 컨소시엄 출범 후에도 반월공장을 증설하는 등 원료의약품 사업을 확대해왔다. 자체 백신 상업화에 성공한 경험은 없다. 올해 상반기 임상 2상을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1분기가 돼서야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계획(IND)만 승인받았다. 올해 상반기 조건부 허가는 물 건너간 것이다.
시판 제품 생산을 기다리던 한미약품과 GC녹십자는 다급해졌다. 임상 지연이 ‘각자도생’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에스티팜보다 먼저 mRNA 개발에 나선 아이진과 큐라티스는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초기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K-mRNA 프로젝트의 목표는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이 돼야 하는데 LNP 특허권 등을 해외에서 도입한 것을 고려하면 애초에 그런 설계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부까지 참여한 사업이라면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게 맞다”며 “1년 안에 상용화 목표를 잡은 것부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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