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지난달 6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운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70%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식시장이 반등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매도 투자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유가증권시장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대였지만, 지난달 대부분 70%대를 웃돌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4월 한달간 코스피지수는 2.27% 빠졌으며, 코스닥지수는 4.21% 급락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은 12조5036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 대비 0.60%로 집계됐다. 이는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이후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4월30일 잔고금액(4조5828억원)·비중(0.21%)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증가한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년 새 1조5023억원(비중 0.37%)에서 3조8558억원(비중 0.95%)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법이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노린다.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된 종목들도 대부분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공매도 투자자는 대체로 평가이익을 기록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의 주가가 대거 빠지면서다.
지난달 말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수량이 많았던 상위 종목에 LG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하이브, 메리츠금융지주, LG생활건강 등이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선 서진시스템, 심텍, 카카오게임즈, 다원시스, 씨젠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유독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공매도가 집중됐다. 지난 3월25일 장중 2만900원까지 치솟았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8일 장중 1만6250원까지 22.2%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달 공매도 거래비중은 25.91%. 전체 거래 4분의 1이 공매도 거래였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매도 비중도 늘어나며 주가가 크게 빠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재개된 지 1년이 흘렀다. 변동성이 컸던 지난달 주식시장에선 여전히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기술주나 바이오주들의 주가가 고점을 형성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
개인투자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관찰국 등재를 전후로 공매도 완전 재개 시기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공매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이라면서 "최근 시장 상황이 안좋아진 탓에 금융당국이나 새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원성을 모른척하진 않을 것으로는 보인다. 아마 전면 재개 앞서 새 정부가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