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해외 전문가 앞다퉈 영입

입력 2022-05-03 15:47   수정 2022-05-04 00:37


바이오·헬스케어업계에 해외 전문가 영입 경쟁 불이 붙었다.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글로벌 임상 경험 인력이 영입 대상 ‘0순위’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출신이 국내 바이오 회사에서 일할 만큼 ‘K바이오’ 위상이 올라갔다는 평가와 함께 인재가 빈약한 국내 바이오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진단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회사들이 잇달아 글로벌 대형 제약사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에 근무했던 비벡 세노이 박사를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영입했다. 알테오젠이 보유한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알려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역할이다.

메드팩토는 사노피에서 종양부문 총괄임상의를 지낸 티머시 앨런 박사를 미국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메드팩토의 핵심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백토서팁’의 글로벌 임상을 책임진다. 인공지능(AI) 암 진단 업체 루닛은 로슈 자회사이자 세계적 진단회사인 파운데이션메디슨에 인수된 렉슨트바이오의 창업자 켄 네스미스를 최고사업책임자로 영입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올초 미국 머크(MSD) 출신 임상 전문가인 알미라 차비 박사를 영입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자문 역할이 아니라 회사 임원으로 글로벌 전문가를 끌어들이는 추세”라고 했다.

업계가 해외 전문가를 찾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국내 바이오벤처의 글로벌 임상과 기술수출, 규제당국의 품목 허가 시도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반면 국내 바이오업계에 관련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흔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작은 바이오 회사가 발굴한 신약 물질이 미국이나 유럽 대형병원 의사들의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다”며 “베테랑 임상 전문가를 활용하면 임상환자 모집이 한층 수월해져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인력 부족도 해외 전문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임상수탁기관(CRO) 소속 인력 4497명 가운데 의사(3.2%), 약사(2.6%) 비중은 미미하다. 한 CRO 대표는 “임상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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