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쓰레기가 아니다"…와인의 놀라운 변신 [허세민의 더 나은 지구]

입력 2022-05-04 07:00   수정 2022-05-04 07:27



코르크 마개를 대체하는 '스크루 캡'은 와인 산업의 혁신 사례로 평가 받는다. 코르크 마개 보다 간편하게 와인 병을 딸 수 있어서다.

스크루 캡을 잇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영국에서 나왔다. '종이'로 만들어진 와인 병이 등장한 것이다. 종이병 와인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유리 병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는 이번 주부터 종이병에 담긴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국-이탈리아 와인 브랜드 '로마에서 생긴 일(When in Rome)'의 제품들이다. 와인 종류는 레드, 화이트, 로제 등 다양하다.

로마에서 생긴 일은 세계 와인 산업의 탄소 배출량 중 39%가 유리병 제조 과정에서 나온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재활용 종이로 병을 만든 이유다. 종이병 와인의 무게는 일반 유리병 와인의 20% 수준이다.

종이병 와인은 친환경적인 데다 경제적이다. 프리미티보 품종 750ml의 가격은 한 병에 10.99파운드(약 1만7500원). 같은 수준의 유리병 와인과 가격대가 비슷하다. 장기적으로는 종이병 와인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서 최근 유리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생긴 일을 세운 롭 말린은 가디언에 "훌륭한 와인은 반드시 유리병에 담겨 나올 필요는 없다"며 "유리병 와인을 마시든 종이병 와인을 마시든 와인의 품질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기에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와인 포장지가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종이병이 축축해지더라도 와인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파우치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로마에서 생긴 일은 '캔'과 '박스'로 포장된 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캔 와인의 탄소 배출량은 유리병 와인의 25% 수준이다. 알루미늄은 유리보다 가볍고 녹는점이 훨씬 낮아 에너지 소모가 적고 재활용에도 쉽게 활용된다. 박스 와인과 마찬가지로 캔 와인은 진공으로 밀봉되기 때문이 오랜 기간 와인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입견은 대체 포장 와인이 넘어야 할 산이다. 말린은 "사람들은 박스 와인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영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호주 와인이 박스에 담겨 온다는 점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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