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대검찰청이 “참담하다”는 심정을 밝히며 “헌법소송 포함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회는 물론 정부에서조차도 심도 깊은 토론과 숙의 과정을 외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그는 이어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선량한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를 건의드렸으나 조금 전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 없이 그대로 의결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 차장검사는 “대검은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서 70년간 이어진 형사사법 체계가 대격변을 맞게 됐다. 앞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대폭 축소된 검찰은 향후 국회 논의에 따라 최악의 경우 ‘공소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현행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에서 ‘경제, 부패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로 대폭 줄였다. 향후 시행령을 통한 수사 범위 확대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 뒀지만, 입법 취지에 반하는 적극적인 수사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수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앞으로 권력자들의 직권남용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도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나 ‘사법농단’,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같은 사건들이 재발하더라도 경찰에 넘겨야 한다. 다만 경찰 공무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권은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 차원에서 검찰이 갖는다. 법 시행 유예 기간은 4개월이며,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은 올해 연말까지 유지된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도 분리된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검찰청법 신설 조항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패·경제 범죄 등을 직접 수사한 검사는 관련 자료와 증거 등을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다른 검사에게 제시하고,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시민단체 등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사라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고발인은 불가하다. 민주당은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이 가진 보완수사 요청권을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직접 수사부서 현황보고’도 진행된다. 검찰총장은 앞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 소속 검사·수사관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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