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 기획재정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결정했다. 어차피 국가재정법이 ‘지역 균형발전’을 예타 면제 사유로 들고 있긴 하다. 그런 점에서 1년이 걸린 사타를 사실상 요식행위로 만든 정권의 몰염치가 더 충격적이다.
정부 추진 계획은 가덕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해상-육지-해상’에 공항을 짓자고 한 부산시의 기존 제안과 판이하게 달랐다. 가덕도 동쪽 해상에만 건립하는 식으로 결론 낸 것은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가덕도 서쪽 해상까지 활주로를 놓으면 부산신항만에 드나드는 대형 선박의 항행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자도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가덕수도(水道)를 지나는 장면을 목격했다. 최고 높이 76m에 이르는 선박 위로 여객기가 이·착륙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의 제안은 안전한 공항 건립과는 거리가 멀다. 바다 매립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였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정부 계획도 안전을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메워야 하는 바다 수심이 최대 30m에 이르고, 그 아래 점토·모래층을 평균 57m 파고 들어가야 암반이 나온다. 사타 보고서도 연약지반 보강을 위한 해상 연직배수공법(PBD)으로 국내에서 시공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거친 외해(外海) 파도와 싸워야 하는 어려운 공사가 될 것이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고, 폭우에 따른 해일도 걱정이다. 비슷한 환경의 일본 간사이공항이 2018년 태풍에 침수돼 17일간 활주로가 전면 폐쇄된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국책사업이 경제성·안전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현대식 공항을 새로 지었다고 균형발전이 얼마나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혈세가 들어간 텅 빈 공항이 남길 우울한 청구서는 국민 몫이다. 한 전문가는 “사타 뒤 토지 보상에 들어가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제라도 건설 계획을 재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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