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로 활약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가 12년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1774번째 사망 신고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일 안은주씨가 12년간 투병하다 이날 새벽 0시40분께 5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과거 실업팀 호남정유에서 배구선수로 활약했고, 이후 경남 밀양에서 생활체육 배구코치 등으로 활동했다.
센터에 따르면 안씨는 2011년 폐 질환과 인과관계가 확인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들어있는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쓰러져 폐가 굳는 병 등으로 12년간 투병 중이었다.
2015년 10월 첫 번째 폐 이식 수술받았지만 합병증과 거부 반응 탓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후 2018년 12월 두 번째 폐 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했고, 2019년 11월 폐 이식 수술을 다시 받았지만, 합병증으로 수술 이후 목을 절개해 산소발생기를 착용했다.
상황은 계속 악화해 신장 투석, 기관지 확장 시술 등을 받았지만 지난 1일부터는 상태가 나빠지면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안씨는 생전 투병 기간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과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에 앞장섰고, 산소발생기를 착용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뒤에도 손글씨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여의도 옥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중증 피해자의 한 명인 안은주씨는 사망 때까지 아무런 배·보상도, 직접적인 사과도 받지 못했다"면서 "옥시, 애경의 거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정안이 성사되지 못한 상황에서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고 규탄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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