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이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완성차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데다 차량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어서다. 전기차 판매량 또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상하이 봉쇄 등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은 9.7%(도매 기준) 감소했다. 하지만 대당 판매가격(ASP) 증가와 인센티브(판촉비) 감소가 판매량 타격을 상쇄했다. 생산 차질을 겪었지만, 차량 구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수익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수익 차종 위주로 판매하고 판촉비도 줄인 것이다. 지난 분기 영업이익률이 6.4%로 2016년 2분기(7.1%) 이후 최고치를 찍은 배경이다.
기아는 한술 더 떠 역대 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은 49.2% 늘어난 1조6065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8.8%로 2012년 2분기(9.8%) 이후 약 10년 만의 최고치를 달성했다.
기아는 이날 “전 차종과 세계 전 지역에 걸쳐 기아 차량에 대한 강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값 받기’ 정책을 펴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선적이 막힌 러시아 판매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며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공급망 불안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1분기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불과 0.6% 감소한 68만5739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호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자용 현대차 전무는 콘퍼런스콜에서 “전쟁과 원자재 공급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대기 물량이 올해까지 지속되며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에도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친환경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수출은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친환경차 수출은 11만1252대로 작년 같은 기간(8만6538대)에 비해 28.6% 늘었다. 현대차는 5만6077대를 수출해 작년 1분기에 비해 19.7% 늘었고, 기아는 39% 증가한 5만5175대를 수출했다.
분기 기준 친환경차 수출이 10만 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수출 대수가 4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친환경차 수출량은 37만3007대였다. 세부 차종별로는 순수 전기차 수출량이 5만391대로 작년 1분기(2만7921대)에 비해 80.5%나 증가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1만2390대 수출로 전년 동기 8383대보다 47.8% 늘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는 작년 동기 4만9827대보다 2.8% 감소한 4만8421대가 수출됐다.
모델별로는 기아 EV6가 1만6336대로 가장 많이 수출됐다. 현대차 아이오닉 5가 1만5219대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기아 니로 EV(1만2024대), 현대차 코나 EV(3653대), 아이오닉 EV(1755대) 순이었다.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GV60은 594대가 수출됐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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