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제국' 美 디즈니, 문화전쟁의 격전지가 된 까닭은

입력 2022-05-03 15:20   수정 2022-05-29 00:02

‘꿈의 제국’ 미국 디즈니가 ‘문화전쟁’의 격전지가 됐다. 플로리다주의 동성애 교육 금지법에 반대한 디즈니를 상대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전면전을 선언했다. 플로리다주의 최대 고용주인 디즈니에 세금 혜택 등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뒀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진짜 노림수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다.

공화당 소속인 그가 ‘보수주의의 투사’로 이목을 끌기 위해 디즈니를 겨냥했다는 뜻이다. 정치적 선동에 능수능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샌티스 주지사의 역할 모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 소수자 이슈에 발목 잡힌 디즈니
플로리다주 의회는 올 들어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3학년 이하) 학생에게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관련한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플로리다주 하원의 문턱을 넘었고, 3월 상원에서 통과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 보수 성향이고 플로리다주 의회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 법안은 플로리다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반대자들은 이 법을 ‘게이 언급 금지(Don’t Say Gay)법’이라고 부르며 항의했다. 사태의 여파는 플로리다주의 최대 고용주인 디즈니에까지 미쳤다. 디즈니 직원과 고객들은 소셜미디어와 탄원서를 통해 “디즈니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흑인 배우를 집중적으로 캐스팅한 영화 블랙팬서, 동성애자가 등장한 영화 이터널스 등을 내놓으며 다양성을 지지해온 디즈니는 난감해졌다.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정치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외부의 반발에 결국 입장을 바꿨다. 플로리다주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처리된 다음 날인 3월 9일 차펙 CEO는 공식적으로 유감을 밝혔다. 그는 성소수자를 위해 5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도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3월 28일 법안 서명을 마친 뒤 디즈니를 정면으로 조준했다. 이어 플로리다주가 디즈니에 부여한 특별지구 권한을 박탈하겠다고 나섰다. 플로리다주는 디즈니월드 리조트가 있는 리디크리크를 1967년 특별지구로 지정하고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을 허용했다. ‘디즈니 손보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원과 하원에서 특별지구 지정을 취소하는 법안이 바로 처리됐고 디샌티스 주지사는 22일 서명까지 마쳤다.
○美 대권 노리는 43세 주지사
미국 언론들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정치적 야심을 집중 조명했다. 올해로 43세인 그는 11월 예정된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해 재선하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할 인물이라는 평가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진짜 목표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 당선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이나 인지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치기엔 부족하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디즈니와 문화전쟁을 벌여 보수주의를 수호하는 영웅이 되길 원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론조사회사 메이슨딕슨의 브래드 코커 전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며 주목받았다”며 “공화당 소속 다른 정치인에 비해 디샌티스 주지사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감수해야 할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서 6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디즈니가 지난해 플로리다주에 낸 세금은 7억8000만달러다. 특별지구 지정이 취소되면 리디크리크가 발행한 채권 10억달러 이상이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와 오세올라카운티의 부담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법 해석까지 나온다.

디즈니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십 년 동안 누려온 세제 혜택이 사라져 비용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디즈니월드 리조트를 통째로 이전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 민주당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디즈니가 일자리를 갖고 캘리포니아로 올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고 트윗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디즈니와 같은 대형 기업을 유치하면 일자리 확대와 재원 확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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