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 한평생을 소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는 생각이 낡는 법이 없다. 해서 때 묻지 않은 감수성으로 사물의 가치를 발견하고 의외의 면목에 집중할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이유도 선명해진다. 그렇게 사람과 공명하고 세상에 공명하는 김재원은 오늘도 순백의 사유를 멈추지 않는다.
“평소에도 반복적인 루틴 안에서 늘 비슷한 고민을 하곤 해요. 결국 고민과 깨달음은 같은 단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은 깨달음을 부르고 깨달음은 또 다른 고민을 부르더라고요. 때문에 언제까지나 일과 연기에 대해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아요”
배우에서 콘텐츠 사업가로 변신하며 더욱 사색의 늪에 빠지게 된 그의 내밀하고도 별스러운 이야기를 담아봤다.
Q. 2014년에 만나고 정말 오랜만이에요. 오늘 촬영은 어떠셨나요?
“8년 전에도 즐거운 촬영이었는데, 오늘 역시 포토 실장님과 에디터님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님, 헤어 실장님, 메이크업 실장님까지 촬영하는 내내 너무나 기분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한 번 기억에 남을 만한 촬영이 된 것 같아요”
Q. 근황이 어떻게 되시나요?
“요즘은 하루하루가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면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배우로서의 활동보다 회사를 경영하고 기획하는 일에 무게가 실어진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얻어지는 경험들은 배우로서의 리소스를 쌓아간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고 있어요”
Q. 현재 웹툰 사업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새로운 일에 뛰어드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세상을 살아가요. 우리는 그것을 미디어나 구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중 만화라는 수단은 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유독 좋아했을 뿐 아니라 그런 상상력과 표현력이 지금의 배우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믿거든요. 게다가 극적인 장면들이 표현된 만화는 수많은 형태의 영상 제작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요. 이런 현대적인 접근에서 웹툰은 향후 OTT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가치를 함께 실현할 소중한 인연의 두 분과 단합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Q. ‘헤로스 킹’이라는 예명도 만화와 관련이 깊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 회사는 웹툰 특성상 예명을 사용해요. 그렇게 고심 끝에 만든 ‘헤로스 킹’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먼저 성명학적 기술에 필요한 오행인 ‘토(ㅇ, ㅎ)’와 그의 상생 기운인 ‘화(ㄴ, ㄷ, ㄹ, ㅌ)’와 ‘금(ㅅ, ㅈ, ㅊ)’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요 신들의 이름을 한데 합쳐 ‘헤로스(Heros: 영웅)’가 탄생했어요. 그리고 배우이자 사업가로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여러 영웅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어 왕을 뜻하는 ‘킹’을 추가했죠”
Q. 콘텐츠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봤어요. 관련 종사자로서 진중한 고민들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특히 경영인으로서의 철학이 깊이 묻어나서 배우님의 새로운 면을 봤다고 할까요? 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남몰래 그런 고민들을 키워오고 계셨나요?
“혼자 고민을 키우는 게 특기인데 기자님 눈에는 보였나 보네요(웃음). 콘텐츠는 내용물의 담김에 따라 영향력을 달리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고 다른 영역을 창조하기도 하죠. 그래서 모든 콘텐츠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다양성을 인정받기 충분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 경영 철학의 핵심 포인트는 균형이고, 그 중심을 찾는 것이 지금의 주된 고민이에요”
Q.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혜안이 중요하잖아요. 작가나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하네요.
“제게 자석처럼 다가오는 인연이랄까요(웃음). 이 역시 안목이 있어야 옥석을 가릴 수 있겠지만, 주로 제 직감을 믿는 편이에요. 물론 그런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서 허구한 날 발버둥 중지만요”
Q. 이후 사업을 하며 삶의 관점이 달라진 포인트도 있을까요?
“매 순간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삶과 일의 완성은 생각이 고정적이지 않더라도 이루어질 수도 있겠네요”
Q. 요즘 웹툰의 가공화가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배우님께서도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이 있을 것 같은데요.
“최근 훌륭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탐나는 캐릭터는 많지만 제 업무 특성상 특정 작품을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웃음). 하지만 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장르나 캐릭터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Q. 배우님 하면 드라마 ‘로망스’의 살인미소를 잊을 수 없어요. 반면 배우님에게 인상 깊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모두 의미가 깊지만 하나를 뽑으라면 ‘화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 고민했고, 그로 인해 삶의 외면까지 깊게 바라보는 눈이 생겼거든요”
Q.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작품의 생명력을 우선하려고 해요. 작가, 감독, 배우 등 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결과물이 오랫동안 빛바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세계와 세계로 사장되지 않으면서 계속 회자되는 것만큼 기쁘고 보람된 것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Q. 연기에 대한 고민도 꽤 깊어 보이네요.
“사실 아직까지도 연기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과연 어떤 연기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요. 하지만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하신 것처럼 적어도 스스로의 눈에 보기 좋도록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그럼 배우로서의 모습은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현재 예정된 차기 작품은 없어요. 지금은 인풋을 채우면서 아웃풋의 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한편 아들 이준 군과는 똑 닮은 붕어빵 부자로 통하죠. 본인과 가장 닮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미소요(웃음). 이준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잃어버린 제 미소를 찾아가고 있다고 할까요”
Q. 혹시 이준 군도 만화를 좋아하나요?
“그런 거 같아요. 그러고 보면 유전자라는 게 참 놀랍고 신기하네요”
Q. 이준 군이 아빠를 따라 커서 배우를 하고 싶다고 들었어요. 향후 장래희망이 배우로 굳혀진다면 배우님께서는 어떤 스탠스를 취하실 것 같으신가요?
“이준이의 꿈은 매번 바뀌는 편이에요. 다행히도 지금의 제 모습을 좋게 봐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한편으로는 세상 모든 이들이 배우라는 생각도 들어요. 각자가 필요에 따른 연기를 완성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런 이유에서 배우이자 아빠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스탠스는 올바름이 아닐까 해요. 이를테면 기계도 제 위치에서 알맞은 역할을 해줬을 때 올바르게 작동되듯 말이죠. 물론 현재 오작동과 미작동으로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지 못해 매일 반성과 회개로 참회하고 있지만요(웃음)”
Q. 배우님이 출연한 작품들을 봤기 때문에 배우의 꿈이 더 생생해졌을 것 같은데요. 아빠의 연기를 본 이준 군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누구보다 기뻐해 주고 자랑스러워해 줘요. 그때마다 참 많은 걸 느끼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Q. ‘아들바보’ 못지않게 이준 군 역시 ‘아빠바보’로 유명해요. 부모로서 남다른 육아관을 가지고 계신듯한데,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이 완성에 이르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지극히 힘든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루려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인류의 완성은 계속되는 세대교체를 통해서 진화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수많은 과정 속에 하나인 제 모습이 좋은 파장과 흐름으로 공명한다면 그 이상 바랄 바가 없겠죠. 현재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파장과 흐름이란 사랑과 진심 그리고 아우름입니다”
Q.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이 비치면서 전국의 가장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셨잖아요(웃음). 스스로 생각하건대 본인은 어떤 남편이자 아빠인 것 같으세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발악하는 남편이자 아빠가 아닐까요(웃음)?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제 부족함을 매번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Q. 배우님과 이준 군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SNS는 잘 안 하시나요?
“안 한다기보다 잘 못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웃음). 아직까지도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Q. 대중들은 동안 미모의 비결도 궁금해할 것 같은데, 본인만의 관리 노하우가 있다면요?
“비결은 없지만 내가 담는 것이 나라고 생각해요. 곧 신체는 마음의 작용이기 때문에 젊고 건강한 사유를 할수록 본인이 바라고 원하는 모습으로 비치게 되는 것 같아요”
Q. 그런가 하면 4차원 매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평소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4차원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해요. 현재 13차원에 다다랐거든요(웃음). 1차원은 2차원을 내포할 수 없지만 2차원은 1차원을 내포하듯, 저는 다양한 차원에서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요. 그래서 언제나 엉뚱해 보이는 거겠죠? 그냥 미치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하”
Q. 인터뷰를 하며 다시 한번 느꼈지만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사업뿐 아니라 최근의 이타적인 활동들을 보고 ‘선한 영향력’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혹시 이런 포용적인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을까요?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제 자신이에요. 제가 저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Q. 벌써 5월이네요. 올해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늘 그래 왔듯이 저를 바로 세우는 것이 목표예요”
Q. 끝으로 팬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저의 부족한 모습을 항상 좋게 봐주시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앞으로도 감사함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성숙한 인터뷰를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웃음)”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윤호준
스타일리스트: 이사금, 최지원(스타일그래퍼)
의상: F8ke chemical club, 프레드페리, 효지노리코(HYOJI), 호이테(HEUTE), 노이어(noirer), hyii(하이투), 벤에시(venecy)
슈즈: 페프스튜디오, 톤노22(tonno22)
주얼리: 오르또, 노미네이션
헤어: 우빈(순수)
메이크업: 고경빈(에이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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