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부터 3년간 임용된 고용노동부 신임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 감독관들이 10명 중 1명꼴로 부서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관들이 고용노동 분야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하고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부터 임용된 신임 감독관들이 제대로 업무 경험을 쌓지 못해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고용부는 예전부터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악명이 높았다. 행정부 내에서도 기피 부서로 알려져, 병무청·우정사업본부과 부서와 함께 ‘노병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서울청에서 일하는 한 일선 근로감독관은 "업무 분야 자체가 '노사 대립'이라는 갈등 상황을 전제로 하기에 가운데 낀 근로감독관은 늘 불신받는 경우가 많다"며 "일에 시달린 감독관들이 현장 업무가 적은 고용센터 등으로 전보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 갈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리자급 감독관은 "행정 공무원 공채 시험인 고용노동 직렬에 합격할 정도면 인재"라며 "좋은 직렬에 재도전하겠다며 수험생활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공무원이 되려고 왔는데 특별사법경찰관 업무를 해야 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는 직원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올해 임용된 118명 중에는 아직 그만둔 인원은 없다. 지난해 임용된 390명 중에도 12명만이 고용부를 떠났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현장 근로감독 등이 크게 줄어들면서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아졌고, 이 덕분에 퇴직률도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
실제로 코로나19 전이던 2019년에는 임금 체불 건수가 22만7739건이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에는 19만6547건, 2021년에는 16만304건으로 크게 줄어 현장 단속 수요가 줄었다.
현장에서도 근로감독관들의 조사 및 방문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업무 자체가 위축됐다. 한 지방청 근로감독관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현장 조사 나간다고 통보하면 업체들이 이 시국에 굳이 와야 하냐고 눈칫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근로감독관들도 상급자의 현장 방문 명령을 반기지 않아 내외부 사정으로 인해 업무량이 많이 줄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근로기준 분야 감독관은 1938명, 산업안전 분야는 809명이다. 그런데 이 중 971명이 최근 4년 동안 임용됐으니, 감독관 3명 중 1명은 코로나19로 현장 경험이 부족한 '신입'인 셈이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거나 폐지되면 현장 근로감독과 민원 수요는 추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근로감독관의 이탈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가 담당하게 되면서 산업안전 인력 부족 문제도 예상된다.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고가 크게 줄지 않은 데다, 현장에 대한 엄정 단속을 천명한 상태라 산업안전 감독관의 피로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산업안전 분야의 감독 사업장 수는 2만7648개이며, 감독관 1인당 감독 사업장 수는 37.3개다.
중대재해 단속을 위한 현장 점검에 한계 느낀 고용부는 최근 제조업 사업장에 자체 산업안전 점검과 결과물 제출을 요구하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