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기본권에 표현된 영장청구권이 검찰에 수사권을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빚어진 논란에 대해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련한 위헌소송에서도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는 수사 주체와 절차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개정법률에 대해 제기된 위헌 주장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팀장은 "(헌법의) 영장주의의 본질은 검찰의 신청이 아니라 법관의 판단"이라며 "영장청구권이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보장하는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제헌헌법에는 영장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신청'이라고 돼 있었는데 1962년 5차 개헌에서 영장청구권 조항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1954년 최초 형소법을 만들 때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에게 같이 주는 건 문제이지만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경찰에 주는 게 위험해서 일단 검찰에게 주자고 한 것"이라며 "당시에도 장래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법 개정으로 경찰 수사 총량이 얼마나 늘어날지와 검사의 보완수사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령 개정 상황을 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팀장은 "이번 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없는 범죄(선거범죄,뇌물죄 등)의 경우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곤란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검사의 재수사 요청권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사건 처리 기일이 늘어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인력 등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수사량 증가에 따른 인력과 예산 인프라 확충 등을 논의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조만간 구성할 예정이다. 경찰은 2020년에 수사 인력 1800명 증원을 요구했는데 560명, 지난해에는 2700명 요구했는데 440명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전체 사건 처리 기일은 64.2일, 고소 고발 사건은 87일이었다. 보완수사의 경우 평균 처리 기간은 42.8일"이라며 "현장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조직과 수사비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검경 협의체도 곧 꾸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와 관련해서는 "국내 수사 100% 중 99.4%가 통제받아왔고 앞으로도 통제를 받는 수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폭넓은 책임이 검찰에는 폭넓은 의무와 통제권이 주어진 것"이라며 검경 간 협력을 강조했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도 전날 경찰 내부망에 서한문을 올려 "법 개정이 일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 부담이 가중돼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인력·예산 등 수사 인프라 확충과 함께 현장 경찰관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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