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임 기간 중)경제운용 공과, 장관 정책 결정 등에 대해 여러 언론평가가 있었지만 일정 부분 추후 역사가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아쉬웠던 정책으로는 부동산 안정, 재정준칙 법제화, 서비스발전기본법 제정을 꼽으며 차기 정부에서 해결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부터 약 3년반 동안 부총리를 맡아왔다. 10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9일 이임식을 열고 37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3년반 동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맡은 것은 1980년대 이후 최장 기록이다.
홍 부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가장 기억 나는 정책으론 △팬데믹 극복 △소부장 대책 △한국판뉴딜 추진을 꼽았다. 가장 아쉬운 것으론 △부동산 안정 문제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 △서비스발전기본법 제정 문제를 꼽았다. 문재인 정부 전반의 경제 성과에 대해 그는 “비판적 지적도 있었고 평가도 있었지만 저는 충분하게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가채무 수준은 GDP 대비 50% 수준으로 절대 규모는 양호하지만 채무 비중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여기에 각별히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복지 제도 사회안전망 확충과 연계해 한국의 재정지출은 꾸준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50%인데 앞으로 52%, 54%, 56%로 점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규모나 재정 정상화를 고려하면 반드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며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재정준칙이 현 정부가 제시한 산식 그대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12월 말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입법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2025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임 시절 추진한 핵심 정책들과 관련해 차기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은 이어가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판뉴딜 정책과 관련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선도형 경제로 가기 위해선 매우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사업이 있고 집행이 예상보다 더딘 사업이 있어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이름은 바뀌더라도 정책기조와 예산사업이 유지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물가와 관련해선 "정부 정책만으로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물가가 국내 수급 요인에 따라 높아지는 게 아니라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적용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원유를 해외로 100% 수입하는 나라에서 원유 가격이 오르다보니 물가를 안정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 부문, 기업이 도와줘야 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신용등급 관련해 올해 하반기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홍 부총리는 최근 미국 출장 중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과의 면담 내용과 관련해 "신평사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GVC) 약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코로나 위기 종식 이후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임 이후 거취에 대해선 "정치권에는 발을 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그간 경제 영역에서 평생 공직을 수행했던 만큼 퇴임 후에도 이 분야에서 한국 경제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국가와 국민, 정부를 위해 봉사하고 일할 수 있었던 점에 자긍심을 느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해관(관직에서 물러남) 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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