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군은 부모님이 제주에서 운영하는 레저 스포츠 체험장에서 뛰어놀며 어깨너머로 사업이 무엇인지 체득했다. 일곱 살 때 직접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세뱃돈으로 받은 40만원으로 미니카 50대를 샀다. 이를 부모님 사업장 한구석에서 판매해 600만원을 벌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에는 ‘스피드 빨래 건조대’를 발명해 특허까지 냈다. 권군은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느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더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권군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제주 흑돼지 판매, 라이브커머스 호스트, 자판기 운용 등 다양한 도전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자금을 차곡차곡 모았다. 여기에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 등을 합쳐 마련한 시드머니가 2600만원. 이 돈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SK하이닉스 등 스스로 분석하고 공부한 기업들에 투자를 시작했다.
권군은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그냥 꾹 참기”라고 했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 시간과 증시 개장 시간이 같아 ‘강제 장기투자’를 해야 했지만 버핏, 피터 린치 등 투자 대가들의 책을 독파하면서 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됐다.
권군은 “장기투자는 오래 가져가야 할 주식인지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며 “산업과 종목을 확실하게 분석해 내가 고른 주식에 확신이 서야 매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과정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뉴스, 특히 글로벌 뉴스를 열심히 보는데, 확실히 내 돈이 들어가니까 알아서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요즘 권군은 ‘하루를 25시간처럼’ 쪼개 쓰는 상황. 투자와 함께 유튜브 채널 ‘쭈니맨’도 운영하고, 부동산 경매 공부도 하고 있다. 다음달 ‘쭈니맨 경제경영 동화책’ 출판을 앞두고 글쓰기에도 열심이다. 모두 방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해결한다. 권군은 “자산을 불려가는 게 꼭 게임 같다”며 “게임에서 미션을 완수하는 게 그렇듯 힘들다기보다는 하나하나 이뤄나갈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3월 설립한 쭈니맨컴퍼니다. 다음달부터 여는 ‘쭈니맨 아카데미’가 첫 사업. 10대 또래들에게 재테크 수업을 할 예정이다. 큰 자본을 들이지 않는 ‘소자본 창업’ 전략을 펼치겠단다. 그는 “쭈니맨 아카데미로 뜻을 함께하는 친구, 동생들을 모아 같이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성공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빌 게이츠 같은 사회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기부의 맛’을 이미 안 터다. 흑돼지를 팔아 번 돈, 유튜브로 들어온 수익금 상당액을 어려운 또래 친구들을 위해 내놨다.
“제가 어렸을 적 작은 성취를 시작으로 다양한 도전을 이어갔듯이 동생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날 용돈보다는 주식 선물을 한 번쯤 해보는 게 어떨까요?”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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