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에 충격 준 '美 연준의 실기'

입력 2022-05-04 17:29   수정 2022-05-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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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 공포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연이어 발표되는 물가 지표에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올릴지에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2월까지 1%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2%대로 상승하더니 4월에는 4%대까지 치솟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지출물가 상승률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그해 4월 3%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인 것으로 예상한 Fed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예상치 못한 악재마저 겹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고 코로나 재확산에 중국 경제는 다시 봉쇄됐다. 이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세계 공급망 마비는 인플레이션 심화와 함께 경기 침체 가능성마저 드리우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은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것이지만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인상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최선임에는 경제학자들 간 이견의 여지가 없다. 관건은 얼마나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다. 지난해 말 이후 Fed가 지속해서 시장에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지만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6% 폭등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해 6.6%에 이르렀다.

이런 미국의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은 한국 경제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한 데다 미국보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덜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상황만 고려한다면 물가 안정을 위해 미국만큼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Fed가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때 한은의 금리 인상 폭이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 자본 유출로 급격한 환율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환율 상승은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하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하고 수입품 국내 가격을 인상해 물가를 다시 크게 올릴 수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 상승이 필요해진다는 의미다. 결국 고금리를 피할 수 없고 경기 하방 압력은 강해질 것이다.

만약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만큼 한은도 발맞추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한·미 간 금리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해 단기적으로 자본 유출을 막고 환율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수준 이상의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 도산하는 등 큰 경제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이렇게 국내 경기가 악화하면 장기적으로 자본이 해외로 유출돼 환율도 상승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Fed의 실기로 한국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큰 고금리·고환율의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가올 것으로 예견되는 어려움이 배가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통화, 재정, 금융당국의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다. 한은은 물가안정 목표 달성에 매진하고 재정당국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부양 성격의 재정지출을 지양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개선해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및 기업 대출 부실화가 금융위기로 확산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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