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0시께 스웨덴의 대표 주가지수인 ‘OMX 30’이 갑자기 8% 급락했다. 스웨덴 증시의 이상 사태에 암스테르담과 파리 주식시장도 덩달아 3~5% 하락 전환했다. 씨티그룹의 주문 실수가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지수는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아찔한 변동성에 투자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발생한 ‘플래시크래시(단기간 자산 가격이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이는 현상)’는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2’의 한 화두였다.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영향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어서다. “유로존의 간판 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경기침체로 ‘빠르게’ 향해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대체투자의 기회’ 세션에 참석한 빅터 코슬라 SVP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독일과 이탈리아 경제는 미국보다 러시아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악재에 취약한 유럽 금융 시스템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는 건 유럽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콘퍼런스에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수 조치에 따른 유가 폭등, 생산성 둔화 등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글렌 오거스트 오크힐어드바이저 CEO는 “에너지 쇼크는 유럽에 훨씬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럽의 낮은 임금 인상률 때문에 소비자들은 물가상승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복합 악재가 해소되기 시작하면 M&A 시장도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주역으론 일본 기업들이 떠오를 전망이다. 드루 골드만 도이체방크 글로벌 자문 부문 헤드는 “현재 ‘일시 정지’ 상태지만 새로운 정상화 시기가 올 것”이라며 “현금이 풍부한 일본 기업들이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이어졌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말에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며 “적정한 시점엔 통화 정책에 더해 재정 정책까지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케이티 콕 골드만삭스운용 CIO는 “인플레이션으로 향후 6~12개월간 소비지출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스앤젤레스=황정수/뉴욕=강영연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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