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주는 OK, 백걸리는 NO…온라인 주류 판매 천차만별 까닭

입력 2022-05-05 16:02   수정 2022-05-13 18:39

박재범의 ‘원소주’ VS 백종원의 ‘백걸리’.

최근 유명인의 브랜드 술이 이슈가 됐다. 원소주는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백걸리는 온라인에서 팔지 못해서다. 둘 다 전통주 영역인데 왜 하나만 판매 방식에 제동이 걸렸을까? 정답은 ‘지역특산주’냐 아니냐다. 원소주는 강원 원주의 모월, 충북 충주의 고헌정 등 국내 양조장과 협업하고 국내산 쌀 100%를 사용해 지역특산주로 분류됐다. 온라인에서 성인 인증을 거치면 누구나 쉽게 주문할 수 있다. 반면 백걸리는 충남 예산 쌀을 사용했지만 지역 특산주 면허가 아닌 소규모주류제조면허제도를 통해 만든다. 온라인 판매를 못 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헷갈린다. 어떤 술은 온라인으로 살 수 있고, 어떤 술은 못 산다. 이건 주류업계의 오랜 이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썩이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 여부’다. 지금은 무형문화재, 식품명인, 그리고 지역의 농산물과 농민이 연계된 지역특산주만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다.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의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들이 주류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정보에 노출된 만큼 청소년들이 불법으로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논리는 요즘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전통주를 온라인 판매처럼 철저한 성인 인증을 거친 뒤 구매하면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보다 청소년들의 접근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이유다.

주류업계 내부에선 온라인 판매를 전면 허용할 경우 주류 시장의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수십 년간 주류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가진 종합주류회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 주류 도매상들은 생막걸리 외에 모든 술을 유통하며 식당 등에 냉장고, 물통, 메뉴판, 배너 등 마케팅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술은 업소용과 가정용으로 분리돼 가격이 다르게 매겨진다. 업소용에는 마케팅 지원 비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까지 허용하면 가뜩이나 복잡한 시장에 또 하나의 판로가 추가된다. 시장의 혼란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통주 업체들도 ‘온라인 주류 판매 전면 허용’엔 반대한다. 전체 주류 시장의 1%도 안 되는 전통주는 이제야 겨우 온라인 판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와인과 위스키 등 초고가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주류 온라인 판매 영역은 그 셈법이 복잡한 만큼 주종으로 구분할 게 아니라 기업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넓혀가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일본은 생산 규모가 3000kL 이하인 소규모 주류회사의 제품이나 수입 주류만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전통주에만 영세 주류업체가 있는 게 아니다. 수제 맥주 제조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외식시장이 무너진 이후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런 소규모 업체들이 국산 농산물로 술을 만든다면 이들 업체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주류 제조가 막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온라인 판매가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술자리 인문학'을 시작하였다.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술자리 인문학'을 시작하였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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