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강제로 납품단가에 반영토록 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촉구하는 간담회가 중소기업계와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렸다. 현장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의 실태를 전하는 중기인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야반도주하는 기업인이 속출하고 있다” “어차피 폐업할 거 파업(납품 거부)이라도 해보겠다” “납품단가연동제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하듯 해주면 안 되나” 등 한탄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이처럼 빗발치는 아우성 속에 눈길을 사로잡은 발언이 있었다. 중기중앙회가 원자재 가격 급등의 고통을 분담하는 모범 대기업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거래 중인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철판 레진 구리 등 원자재 가격 변동 때 변동분을 부품단가에 바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최저임금이 16.4% 급등할 당시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3년간 4500억원을 지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직접 원자재를 구매해 협력 중소기업에 공급해주는 ‘사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구매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은 중간 유통상(대리점)을 거쳐 원자재를 조달하기 때문에 글로벌 원자재 수급난이 발생하면 아예 구하지 못하거나 구하더라고 아주 비싼 가격에 구하는 피해 사례가 많았다. 현대차는 알루미늄·귀금속·구리·납의 경우 국제 시세에 따라 바로 납품단가에 반영해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비용 분담을 놓고 빚어지는 대·중소기업 간, 중소·중견기업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더는 ‘업계가 알아서 하라’며 해결책을 미룰 수만은 없다. 납품단가 문제는 1년 전부터 불거졌다. 그러나 원자재 비축 물량 우선 수급이나 납품단가 인상 기업 인센티브 등 보완 대책이 없었다.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할 일을 삼성, 현대차와 같은 일부 ‘착한 대기업’이 대신하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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