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300만 명에 달하면서 생길 수 있는 혼선이다. 그나마 AT&T 주식 국내 보유자는 5000명 남짓이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하면 조기 수습이 어려운 사안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자본시장의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서 새롭고 복잡한 기법이 수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국세청·관세청이 국제조세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며 한층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젊은 세대가 주축인 글로벌 투자자들은 불합리·불공평한 과세와 변하는 경제 환경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는 낡은 세제에 참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AT&T 투자자들은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정부의 합리적 조기 판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증권사가 알아서 하라며 정부가 뒤로 빠질 일이 아닌 것이다.
가속도가 붙은 글로벌 투자 시대에 부응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부문은 배당소득세와 증권거래세만이 아니다. 뒤틀린 세제가 곳곳에 널렸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대표적이다. 너무 복잡해 세무사도 포기했다는 의미에서 ‘양포세’라는 비판을 받아온 양도소득세를 비롯해 경우의 수가 과도하게 많은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가 다 그렇다. 세제라는 국가 유지의 기본 시스템을 특정 지역 집값 잡기의 하위 수단으로 남용한 결과다. 물러나는 김부겸 총리가 “부동산 세제는 유연하지 못했다”며 현 정부의 대표적 잘못으로 인정했지만, 실상은 유연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다. 누더기가 된 부동산 세제는 해외 토픽감이다.
세계 최고 세율의 상속세도 매우 기형적이다. 상위 0.1% 기업이 세수(稅收)의 60% 이상을 내는 법인세도 부자증세 정책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가로막는 경우다.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의 반도체부문 매출은 비슷하지만 삼성전자 법인세 부담률이 3배나 높다. 애플도 휴대폰 매출이 삼성전자의 4배에 달하지만 세 부담률은 절반 수준이다. 기업 경쟁력을 흔들며 국제 투자처까지 좌우하는 이런 불균형 세제를 현실성 있게 바로 잡아야 한다. 아직도 면세 근로자가 37%에 달하는 소득세 역시 복지 수요에 따라가는 ‘넓은 세원’ 차원에서 내버려둘 수 없다.
내국세 대정비만 과제가 아니다. 매출 발생지에서의 과세를 강조하는 글로벌 디지털세도 당초 ‘구글세’로 시작됐지만 우리에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세금’처럼 됐다. 4년 남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시행에서도 한국 입장이 얼마나 반영됐으며, 국내 준비는 또 어떤가. 무책임하게 물러나는 정부는 그렇다고 쳐도 새 정부는 세제 전반을 조기에 정상화해야 한다. 명료성과 일관성,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는 세제는 지속될 수 없을뿐더러 나라 경제를 망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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