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부를 왜 세울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먼저 ‘국가가 왜 생겨났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정부는 국가의 일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국가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국가의 탄생을 설명하는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정치 철학적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 신학적입니다.
홉스·로크·루소
사회계약설은 대표적인 정치 철학적 시각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각자의 자유를 공동체에 양도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 또는 계약했고 그 결과 국가가 생겼다는 겁니다. 개인의 개별 주권이 단일한 전체 주권체로 뭉쳐진 것이 국가라는 거죠. 이때 국가는 개별 주권의 단순한 합보다 크답니다. 서양 철학은 이것을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정의합니다. 국가는 개인의 합보다 큰 그 무엇이죠.사회계약설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토머스 홉스(1588~1679)의 사회계약설, 존 로크(1632~1704)의 사회계약설,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사회계약설이 그것입니다. 셋 다 모두 계약설이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계약의 이유를 조금씩 다르게 설명합니다.
홉스는 ‘폭력적인 자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계약했다고 설명합니다. 그가 본 자연 상태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입니다. 이런 환경에선 가장 중요한 자연권, 즉 생명 존중과 보존은 운에 달렸습니다. 내가 먼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야만의 상태가 되죠. ‘죄수의 딜레마’ 상태라고도 표현합니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투쟁 상태가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구현할 필요성을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복종시킬 만한 공동 권력이 없을 때, 인간은 투쟁 상태에 처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적대하게 된다. 가장 나쁜 것은 계속되는 두려움, 갑작스러운 죽음의 위험이다.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비천하고 짧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강력한 군주가 공동 권력인 ‘주권’, 즉 국가를 세워 통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존 로크의 사회계약설 출발점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이 극단적으로 이기적 상태에 있다고 한 홉스와 달리 로크는 인간이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인간 사회가 복잡해지고 분쟁이 잦아지면 사람들은 생명, 자유, 재산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들의 자유를 입법권과 집행권을 가진 국가에 맡겨 법과 질서를 만들게 한다는 겁니다. 홉스와 목적 측면에선 유사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보는 시각에선 차이를 보였던 것이죠. 로크는 《통치론》에서 국가가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개인들이 저항권을 가진다고 했어요. 이런 생각은 훗날 미국 독립의 사상적 배경이 됐습니다.루소의 생각 출발점은 홉스, 로크와 매우 다릅니다. 루소는 인간의 자연 상태를 나쁘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간은 자연 상태일 때 자유롭고, 평등하고, 행복했다고 봤어요. 루소는 자연 상태를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했죠. 루소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이런 뜻이었죠. 루소는 문명의 발달로 소유권과 명예 다툼이 벌어지고 있으니 모든 국민이 자유를 공동체에 양도해야 한다고 했어요. 모두가 만족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자유를 양도했다는 겁니다.
왕권신수설과 기타 이론들
사회계약설과 다른 설이 왕권신수설입니다. 신이 국가를 창조했고, 신을 대신해 절대 왕이 다스린다는 것이죠. 왕은 신성하므로 왕이 모든 권력을 가진다는 겁니다. 사회계약설이 옹호한 시민적 저항권은 인정되지 않죠. 미국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지배권력과 경제번영》에서 국가를 도적들이 만들었다고 재미있게 설명했습니다.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는 이동형 도적이 아니라 마을에 머물며 적당히 착취하려는 정주형 도적이 조직을 만들어 다스리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 무국가주의)은 인간 본성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누군가는 우두머리가 되려 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국가 기원설을 살폈으니 5면에서 국가의 일을 하는 정부에 대해 알아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1.사회계약설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계약설의 차이점을 비교해보자.2.홉스, 로크, 루소가 어떤 사상가였는지 알아보자.
3.왕권신수설과 절대권력의 관계를 유럽 역사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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