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입에서 최대 이슈는 수학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문이과 유불리 문제였다. 전년 수능에서 수학 1등급 내 이과생(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 비중은 84.9%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상위 등급을 이과생이 휩쓸었다. 표준점수도 이과생이 앞섰다. 미적분과 기하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확률과통계의 144점을 3점이나 앞섰다.
지난해 모의고사 내내 수학에서 이과생은 문과생을 압도했다. 지난해 1등급 내 이과생 비중 추정치는 모의고사별로 최저 79.7%에서 최고 95.1%의 분포를 보였다. 문이과 격차는 올해 더 벌어졌다. 지난 3월 학력평가에서 수학 1등급 내 이과생 비중은 92.8%로 추정된다. 지난해 3월 89.5%보다 3.3%포인트나 높아졌다. 올해 3월 2등급 내 이과생 비중도 76.8%에 달한다.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도 여전하다. 3월 학력평가에선 미적분 164점, 확률과통계 158점으로 7점 차까지 벌어졌다. 4월 학력평가의 경우 미적분 160점, 확률과통계 154점으로 6점 차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이과 격차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통합수능 수학은 수학Ⅰ·Ⅱ를 공통과목으로 치르고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한다. 등급과 표준점수는 선택과목 그룹별로 분리해 계산하지 않고 통합해 계산한다. 최종 성적 계산 과정에서 선택과목 그룹별 공통과목 평균점을 기준삼아 보정점수를 준다. 내가 응시한 선택과목 그룹의 공통과목 평균점이 높으면 높을수록 +α 점수를 더 받는 식이다.
문제는 수능은 문이과 통합을 추구하지만 대입 현실은 반대라는 것이다. 주요 대학 대부분이 자연계 학과에서 수학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지정 반영한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이 맞붙는 의약학계열도 대부분 미적분 또는 기하를 필수로 요구한다. 수학에 강한 이과 성향 학생들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미적분과 기하 응시집단의 공통과목 평균점수가 확률과통계보다 높게 형성됐고, 이 간극이 최종 성적 격차로 이어진다.
특히 확률과통계 상위권 학생들이 미적분 또는 기하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면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6월, 9월 모의평가를 거치며 의약학계열 등을 목표하는 상위권 이과 반수생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문이과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상당수 문과생은 올해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학이 약한 문과생들이 확률과통계에 몰려 있고, 평균점이 계속 낮게 형성되면서 1, 2등급 진입은 3월 학력평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에서 주요 대학의 수능 최저는 영역별로 1~2등급을 받아야 하는 수준이다. 한 과목이라도 등급이 하락하면 치명적이다. 수학에서의 등급 하락을 국어, 영어, 탐구에서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학습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반면 이과생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인문계 학과 교차지원 등 유연한 입시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 수준을 높여 경영·경제 등 인문계 주요 학과에 합격한 뒤 이공계 학과를 복수전공하는 교차지원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킬러문제 공략은 더 중요해졌다. 기존 수학 가, 나형 분리시험 때 킬러문제는 21, 29, 30번 문항으로 단순했다. 하지만 ‘공통과목+선택과목’ 형식의 통합수능에선 킬러문제가 공통, 선택과목 곳곳에 산재하는 등 복잡한 구성이 특징적이다.
지금까지의 통합수능 수학 출제 경향을 분석해보면 공통과목에선 객관식 마지막 15번과 주관식 21, 22번 문항이 킬러문제로 정형화되는 추세다. 지난 3월 학력평가를 예로 들면 확률과통계 선택 학생들의 15번 문항 정답률은 평균 20.8%에 그쳤다. 미적분 학생의 정답률도 평균 42.5%로 낮게 분석됐다. 공통과목 중 최고 난도는 주관식 21, 22번 문제로 꼽힌다. 3월 시험에서 확률과통계 학생들의 21, 22번 문제 정답률은 각각 3.1%, 5.1%에 불과했다. 미적분 학생의 경우 각각 9.6%, 11.5%의 정답률을 보였다. 선택과목에선 세 과목 모두 29, 30번 주관식 문제가 대체적으로 10~20%대의 정답률을 보이며 킬러문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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