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부처님오신날이 공식 명칭이지만, 오랫동안 이날은 석가탄신일 또는 줄여서 석탄일로 불려왔다. 그것이 법정용어였다. “석가탄신일에서 ‘석가’는 샤카라는 고대 인도의 특정 민족 이름을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이라 부처님을 가리키는 단어로 적절치 않습니다. 또 ‘석탄일’이란 약칭을 쓰면 자칫 광물인 석탄과 혼동하는 이들도 있지요. 부처님오신날은 순우리말로, 한글화 흐름에도 부합하고 친근감이 있어 좋습니다.” 이런 이유로 불교계는 1960년대부터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꾸고 정부에도 명칭 변경을 건의했다. 정부는 2017년 이를 받아들여 국무회의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공식 명칭으로 확정해 이듬해부터 법정용어로 쓰게 했다.
띄어쓰기 용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전의 ‘석가탄신일’이 단순히 명사끼리의 합성어인 데 비해 ‘부처님오신날’은 ‘명사+관형어+명사’의 형태다. 이로 인해 이 말을 띄어 쓰는 이가 많다. 하지만 고유명사이므로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글을 쓸 때 띄어 써야 할지 붙여 써야 할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각종 명칭을 비롯해 구호 등이 구(句)의 형태를 취할 때, 특히 ‘관형어+명사’ 꼴의 합성어류에서 더한다.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맞춤법 총칙 규정을 그대로 따르면 될까? 붙여 쓰면 틀리는 것일까?
‘부처님오신날’ 같은 ‘관형어+명사’ 꼴은 이 조항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진 않았으나 맞춤법 해설을 통해 응용할 수 있게 했다. ‘용언의 관형사형+명사’ 혹은 ‘명사+조사+명사’ 형식으로 된 고유명사도 붙여 쓸 수 있다고 풀이했다. 가령 ‘즐거운 노래방’이라고 할 때 일반적 의미의 표현이면 당연히 띄어 쓰지만 이게 노래방 상호, 즉 고유명사로 분류되면 ‘즐거운노래방’이라고 붙여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성년의 날’이 원칙이되, ‘성년의날’로 붙여 쓸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예술의전당’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고유명사류는 관용적으로 늘 붙여 쓴다. 고유성 있는 표현은 고유한 대로 지켜주는 게 한글맞춤법의 정신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