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를 날려~ 폭죽을 더 크게 터트려~"
그룹 레드벨벳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의 한 소절이다. 봄의 싱그러움, 곡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가사에 따라 하기 쉽도록 손가락을 활용한 안무가 더해진 이 파트는 수많은 챌린지 영상을 낳으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소절이 '킬링 파트'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음악적 요소 외에도 이를 소화하는 멤버의 '표정'이 큰 역할을 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해사한 미소를 짓는 멤버 조이의 얼굴이 많은 음악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화제가 된 것. 평소 사랑스럽고 행복한 에너지로 사랑받았던 조이이기에 더욱 돋보였다는 호평이 따랐다.
최근 가요 팬들 사이에서 무대 위 아이돌 멤버들의 '표정 연기'가 숨은 매력으로 손꼽히고 있다.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소화하기 위한 부수적 수단으로 쓰였던 표정 연기가 이제는 핵심 인기 요소로 자리 잡았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단 몇 초의 짧은 찰나에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는 '포인트 표정'에 많은 팬이 열광하고 있다.
신인 그룹 빌리는 다채로운 표정 덕에 역주행까지 성공한 케이스다. 변화무쌍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멤버 츠키의 음악방송 직캠이 화제가 되며 이들의 노래 '긴가민가요'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은 것. 직캠 속 츠키는 현란한 퍼포먼스와 함께 1초에 몇 번씩 표정을 바꿔 놀라움을 자아냈다. 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 츠키는 현재 여러 콘텐츠에서 활약하며 '입덕 몰이'에 나서고 있다.
표정 연기를 팀의 강점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팀도 있다. 바로 데뷔와 동시에 압도적인 대중성을 자랑하고 있는 아이브다. 아이브는 데뷔곡 '일레븐(ELEVEN)'에서부터 퍼포먼스에 표정 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그룹이다. 당차고 패기 넘치는 Z세대의 특성을 나타내는 팀답게, 자신감 있는 표정을 다채롭게 표현해낸다.
'일레븐'에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엄지를 깨무는 강렬한 모습이 킬링 포인트가 됐다. 특히 활동 당시 화제가 된 것은 카메라의 초근접 샷에도 굴하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당당하게 이를 마주한 멤버 이서의 모습이었다. 이서는 아주 가깝게 다가오는 카메라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와 제스처를 선보여 호평을 얻었다.
이어진 '러브 다이브(LOVE DIVE)' 활동에서는 장원영의 표정 연기가 주목받았다. 나르시시즘을 콘셉트로 한 '러브 다이브'에서 장원영은 거울을 보며 한껏 자신에게 도취한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단 5초 만에 곡에 빠져들게 하는 마법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포인트 안무만큼 중요해진 게 표정"이라면서 "직캠 영상이 인기가 많고, 틱톡·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SNS 공유도 활발해지면서 아이돌 멤버들이 표정 연습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예전부터 표정은 퍼포먼스의 중요한 요소이긴 했지만, 최근엔 이를 한층 더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고 챌린지에도 활용하는 등 안무의 일부로서 즐기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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