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다가갈수록 달아나는 잠…'불면 동지'를 위한 위로

입력 2022-05-06 17:12   수정 2022-05-07 00:14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할수록 달아나는 것, 바로 ‘잠’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불면증의 공포를 알 수 없다. 창백한 안색과 퀭한 눈에 ‘힘들겠구나’라고 짐작만 할 뿐, 천근만근의 몸과 메말라가는 마음을 알 길이 없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영국 작가 마리나 벤저민이 불면증을 직접 겪고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어떻게 하면 불면증을 없앨 수 있는지를 다룬 책이 아니다. 병리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잠들지 못한 채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운 저자는 불면의 고통에서 시작된 고민을 치열한 사유로 이어갔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이들에게 기꺼이 ‘불면의 동지’가 되길 자처하면서 공감과 위로의 손을 내민다.

감각적이고 유려한 문체와 독특한 비유가 눈에 띈다. 저자는 불면증을 이렇게 묘사한다. ‘파티가 끝난 후, 무도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지쳐 쓰러져 미동도 없거나 집으로 돌아갔다. 당신은 무대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눈치 없는 불면증 환자는 뒤늦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온몸을 튕겨대며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다. 눈은 풀리고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이제 막 흥이 오른 엉망진창 손님을 견뎌야만 한다.’ 눈치 없이 머릿속을 뛰어다니며 못 자게 괴롭히는 불면증을 이렇게 비유했다.

책은 잠과 불면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었다. 문학 미술 역사 정신분석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벨기에 화가 르네 마그리트에서 시작해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지크문트 프로이트를 거쳐 러시아계 미국인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인물과 이야기들이지만, 불면의 밤을 지새운 저자의 머릿속에서 하나가 됐다. 책은 ‘뉴요커’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등 다수의 매체로부터 호평받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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