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발생 위험 13배 높이는 비만…합병증으로 목숨 잃을 수도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2-05-06 17:10   수정 2022-05-16 16:04

한국인이 점점 뚱뚱해지고 있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탓도 크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한 번이라도 체중 조절을 시도한 사람이 65.8%에 달한다. 비만이 국민건강 위협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은 암보다 비만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암을 비롯해 당뇨와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당뇨병·고혈압 발생 위험 높여
비만은 단순히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같은 체격이라도 근육이 많은 사람은 지방이 많은 사람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나라마다, 환경마다 다른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기준을 비만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이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5~13배, 고혈압은 2.5~4배, 심장 관상동맥질환은 1.5~2배 높아진다. 비만으로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가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아진다. 특히 심뇌혈관 쪽에 비만 합병증이 생기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고도비만으로 갈수록 합병증 위험은 더 커진다.

비만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국내 남성은 10명 중 4명, 여성은 10명 중 3명, 소아·청소년은 10명 중 2명꼴로 비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비만 유병률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며 국민의 비만 예방·관리에 나섰다.

국내 비만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남훈 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 몸은 각자 맞게 ‘설정된 체중’으로 돌아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를 거스르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사람의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체중도 웬만해선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다.
○점점 늘어나는 소아·청소년 비만
성인 비만만 문제인 게 아니다. 아이들의 비만 상황도 심각해지고 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자제력이 떨어져 스스로 식습관과 생활패턴을 관리하기 어렵다. 서울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26.7%였던 서울 학생들의 과체중 비율은 지난해 32.3%로 크게 높아졌다.

아이들도 비만해지면 고지혈증, 당뇨 등 다른 합병증을 호소하기 쉽다. 이뿐만 아니라 성장 저하와 면역력 결핍, 성조숙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엔 비만으로 자존감을 상실하거나 학습 의욕을 잃으며 심지어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양무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발전하지 않으려면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며 “체내 지방량을 감소시키고 근육 조직이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 시간을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을 지킬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동참해야 한다.
○밥공기 작은 것으로 바꾸고 움직여라
체중 감소의 원리는 단순하다. 먹는 양은 줄이고, 활동은 늘리면 된다. 밥공기는 작은 것으로 바꾸고, 식사 후 간식 섭취는 멈추는 게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요하다. 살을 빼겠다며 갑자기 단식하거나 과도하게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금물이다. 식사량과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고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인다.

먹는 양을 줄이더라도 우리 몸은 계속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기 때문에 활동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운동 취미를 갖고, 등교나 출근은 가급적 걸어서 하는 게 좋다.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고도비만은 의학적으로 치료 대상이다. 그래야만 동반 질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식욕 억제제나 당뇨 치료제 등 약물치료를 하거나 위소매절제술, 루와이 위 우회술 같은 비만대사 수술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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