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반 웹3 트렌드는 벌써 10여 년가량 기반을 다져왔어요. 일시적인 유행(hype)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벤처캐피털(VC) 겸 액셀러레이터인 500글로벌(옛 500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틴 차이 대표(사진)는 “인공지능(AI) 분야도 처음에는 과장이 많다고 했지만, 실제 사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리를 잡았다”며 “광범위하게 ‘웹3’라고 불리는 블록체인도 굉장히 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대표는 “2013년께부터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기 때문에 우리에겐 최근 트렌드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관련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진화해 가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UC버클리를 졸업하고 구글과 유튜브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던 차이 대표는 데이브 맥클루어 공동대표와 2010년 500스타트업을 세웠다. 이듬해부터 초기 단계 기업을 지원하고 투자자들과 연결해주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시작했다. 될성부른 기업에는 직접 투자도 하는 VC이기도 하다.
그는 주로 영어를 쓰지만, 어머니는 꼭 ‘엄마’라고 부른다. 그의 자녀들도 그를 ‘엄마’라고 한다. 한국계 기관투자가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차이 대표를 만나고 돌아갔다. 그는 “한국 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굉장히 강하다”며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로 가는 회사도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500글로벌이 투자한 한국 회사는 핀다(핀테크), 에누마(교육), 자란다(돌봄), 뉴닉(뉴스레터), 스푼라디오(방송) 등으로 다양하다.
500글로벌이 투자한 2600여 곳의 회사 중 현재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는 유니콘 기업은 45곳 이상이다.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인 ‘켄타우루스’ 기업은 130곳이 넘는다. 2017년 맥클루어 공동대표가 회사를 떠나고 차이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를 단독으로 맡고 있다. 특히 “지금은 모두가 기술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시대”라며 “웹3와 암호화폐 관련 분야는 특히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하는 시간의 80%가량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는 데 쓴다”는 차이 대표는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하키를 비유로 들었다. “퍽(하키의 공)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고 그 분야의 리더가 될 기업을 찾는 것”이라며 “제일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은 좋은 팀을 가지고 있는지, 창업자가 능력이 있고 집중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여부”라고 그는 말했다.
실리콘밸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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