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자' 된 감자, 겨울 이상저온에 씨 말라…가격 더 뛴다

입력 2022-05-06 17:22   수정 2022-05-07 02:07

감자 가격이 급등세다. 지난겨울 이상 저온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 직격탄을 날렸다. 작년에 수확한 저장감자와 올겨울 하우스에서 자란 하우스감자도 1년 전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전날 전국 주요 도매시장 다섯 곳에서 국내산 감자는 ㎏당 평균 2914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63.87% 급등한 가격이다.


연초만 해도 도매시장에서 1600원 아래에서 거래되던 감자는 3개월 새 50% 올랐다. 소매가격도 흐름은 비슷하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4일 상(上)품 감자 1㎏은 평년(4560원)보다 31.6% 비싼 6000원에 거래됐다.

감자는 1년에 네 번 수확한다. 3~5월은 하우스봄감자, 6~7월은 노지봄감자, 8~11월은 고랭지감자,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가을감자가 나온다.

이 가운데 6월쯤 나오는 감자가 쪘을 때 포슬포슬해 가장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지봄감자와 고랭지감자가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 가격도 저렴한 게 특징이다.

올해 5월 감자 가격은 KAPI가 집계한 최근 3년 중 가장 비싼 수준에 형성돼 있다. 2019~2021년 5월 감자 평균 가격은 1360원으로 올해(2689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감자가 ‘금(金)자’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생산량 감소다. 지난겨울 하우스에서 키운 하우스감자가 저온 피해를 봐 3.3㎡당 15㎏ 정도였던 수확량이 20~30%가량 줄어들었다. 하우스감자 출하가 끝나는 5월 즈음에는 수입 감자로 부족분을 해결하는데, 올해는 글로벌 물류대란 등의 여파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달 말부터 노지봄감자가 나오더라도 감자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게 유통업계의 전망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급식에 쓰이는 감자 수요가 크게 늘어났지만 생산량은 부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감자는 18도에서 20도 사이에서 가장 잘 자라는 고온 작물인데 최근 28도 이상의 급고온을 겪어 작황이 부진할 것”이라며 “하우스감자가 높은 시세에 팔리고 있어 감자를 조기 수확해 출하하는 농가도 늘었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에서 식자재로 많이 사용하는 수미감자도 도매가격이 계속 오를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5월 감자 농업관측에 따르면 고랭지감자 재배 의향 면적은 지난해보다 5%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올봄에 사용해야 할 씨감자 수가 줄어 종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양배추, 콩, 대파 등으로 재배 품목을 대체하는 추세다.

다만 식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감자 관련 가공식품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오리온, 농심 등 감자칩 제조업체들은 수미 품종보다는 대서나 두백 품종을 사용한다.

계약재배를 통해 국내산 감자 재고도 충분히 확보했다. 맥도날드, 롯데GRS(롯데리아) 등 수입 감자를 사용하는 외식업체들도 북미산 감자 수입에 큰 차질을 겪지는 않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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