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한국 증시가 ‘안도 랠리’를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번에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50bp를 올리는 ‘빅스텝’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06%, 1.83%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성장주의 낙폭이 컸다. 네이버는 3.55% 하락한 27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6만8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카카오는 5.28% 급락한 8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5.84포인트(1.76%) 내린 884.22로 마감했다.
FOMC의 ‘시장 달래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Fed의 인플레이션 통제가 실패한다면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힘을 받으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를 일제히 덮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하루 사이 3.76%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16%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1.72%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69% 상승 마감했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도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구체적인 긴축 경로는 제시되지 않은 채 공은 6월 FOMC로 넘어갔다”며 “시장의 불확실성도 연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가 더 하락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1배 수준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초(약 8.8배) 수준과 근접하게 내려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는 2018년 긴축 정책 당시 고점 대비 조정받은 폭(23%)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FOMC 당일엔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 올리는 것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주목하며 뉴욕증시가 급반등했다. 하지만 이 약효는 하루 만에 끝났다. 이날 투자자들은 FOMC 결과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다시 해석했다. 자이언트스텝보다 기준금리를 3회 연속 50bp씩 올리는 ‘트리플 빅스텝’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미국 노동시장이 견고한 회복세를 보인 것도 되레 빅스텝 우려를 키웠다. 6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자 수는 전달보다 42만8000명 늘었다. 이 요인 등이 영향을 미쳐 이날 S&P500지수는 장 초반(오전 10시 기준) 69.48포인트(1.65%) 하락했다.
채권시장에도 불안감이 퍼졌다. 채권 매도세가 커지자 국채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5일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대비 12bp 상승한 3.05%로 장을 마쳤다. 한때 16bp 이상 오르며 3.1%를 찍기도 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창립자는 “앞으로 두 번의 회의에서 50bp씩 금리를 더 인상한다면 금융환경은 약간 더 긴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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